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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8. 2022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삶은 모든 게 배움이자 깨달음이다.

다른 날보다 이른 아침이었다.


중요한 회의가 있어 출근 시간을 재촉했다.

세수도, 샤워도. 평소보다 조금은 더 빠르게 끝냈다.


서둘러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호출 버튼을 누르고 난 뒤, 몇십 초의 시간이 흘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나는 그것에 올라 닫힘 버튼을 연달아 세 번 눌렀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여느 때와 같이 휴대폰을 들었다.

회사 이메일을 열고, 혹시라도 본사에서 급한 연락이 온 것이 있는 지를 확인했다. 한국은 이곳보다 15시간이 빠르므로, 언제나 나는 뒤처진 느낌이다. 출근 전이라도 미리 이메일을 확인하는 이유다.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던 순간.

이상함을 느꼈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평소 시간보다 무언가 더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그제야 든 것이다. 어라. 엘리베이터 자체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닫힘 버튼은 연신 눌러댔지만, 정작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의 층수를 누르지 않은 것이다.


만약, 위 또는 아래층에서 누군가 버튼을 눌렀다면.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갔어야 했을 것이다. 평소보다 이른 아침이라, 다행히 그 누구도 집을 나서지 않았기에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가고자 하는 층수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순간.

머리엔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갔다.


내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겠구나.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겠구나.
실천하지 않으면(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겠구나.
무어라도 실천할 때(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피식 웃음이 났다.


이른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던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나에게 준 가르침이 꽤 의미 있어서였다.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어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차에 올라 회사로 향하던 그 길이 참으로 충만했다는 기억이 난다.

이제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는 실수를 하진 않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날의 깨달음을 되새긴다.


삶은.

그렇게 모든 순간이 배움이자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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