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단톡방의 성립 조건

그 여러 과정의 우여곡절은 그러니까 당연한 게 아닌 것이다.

by 스테르담

가족 단톡방.

아내와 아이 둘.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젊은 남녀가 운명처럼 만나야 한다. 만나기만 해서는 안된다. 탐색이 시작된다. 탐색은 호감으로 발전되고, 호감은 사랑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대개 호감 단계에서 넘어가지 못하는 게 남녀관계다. 기어이 사랑으로 승화하는 단계를 우리는 운명이라 말한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사랑이 결혼으로 가느냐의 길목엔 다양한 갈래의 선택지가 있다. 결혼이라는 길로 들어서는 커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운명을 넘어 또 다른 운명을 선택하는 운명적인 운명. 그저 운명과 인연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쓰지 않으면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아직 멀었다.

가족 단톡방이 성립되려면.


사랑이라는 낭만과 결혼이라는 현실을 이룬 두 사람은 그들의 페르소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점점 옅어지는 낭만과, 점점 짙어지는 현실. 남자와 여자는 남편과 아내로 둔갑한다. 먹고사는 걸 해결해야 한다. 누군가는 돈을 벌어야 하고, 누군가는 안을 살펴야 한다. 그 누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건 없다. 다만, 자연스럽게 그 역할은 정리된다. 정리가 되었다면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에 충실하지 않으면 결혼이라는 약속은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는 결혼의 이면에 있는 '낭만'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이겨내고 결혼하는 것 같지만, 결혼은 사실 현실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낭만적이지만 차가운 선택이다.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혼은 낭만이라는 헛물만 켜다 냉혹한 현실로 회귀하는 운동일뿐이다.


또다시.

끝이 아니다.


남편과 아내는, 아빠와 엄마라는 존재로 다시 한번 더 허물질을 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에서 남편과 아내로 둔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오는 이 변화는 가히 역대급이다. 낭만이든 현실이든. 사랑이든 미움이든. 그저 둘 만의 일이었는데. 이젠 제 3자, 4자가 개입되는 것이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태어난다.


말도 못 하고, 스스로 먹지도 못하고.

대변과 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연약한 존재를 어르고 달래어 키워내야 한다. 뒤집기까지. 일어서 걸을 때까지. 말을 할 때까지. 글자를 깨우칠 때까지. 저를 인식하고 아빠와 엄마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그 과정의 보살핌과 시간은 우주의 무엇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자, 이제 거의 다 왔다.

품 속의 아이들은 어느새 부모의 품이 아닌 다른 곳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라는 곳을 경험하며 떨어져 있어도 연락이 되어야 하는 문명의 이기를 하나씩은 가지고 다녀야 한다.


바로 휴대폰이다.

그리고 나는 그 휴대폰과 한 달, 한 달의 통신비를 내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안을 살펴야 한다는 조건. 아니, 그 이전. 결혼과 연애. 만남과 탐색의 시작까지.


이것이 바로 가족 단톡방의 성립 조건이다.


어릴 적, 가족과 사랑이라는 결핍으로 허전했던 나는.

가족 단톡방에 뜬 간단한 문자 하나로 세상을 달리 본다.


가족 단톡방의 탄생은 그런 내게 안도와 감사함이다.

그것은 내게 가족이 있음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가족 단톡방이 생기기까지.

그 여러 과정의 우여곡절은 그러니까 당연한 게 아닌 것이다.


애써 전하는 메시지는 오늘 하루를 응원하는 당연한 인사이지만.

이 모든 당연함과 당연하지 않음을 그저 나는 사랑한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폰으로 바꿨는데 세상은 그대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