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다가가고, 자세히 오래.
한국을 제외하고 방문한 도시는 136개다.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도시에 대한 그 탐구와 탐색을 나는 좋아하기 때문이다.
도시엔 성격이 있다.
그것은 물리적 구조물을 뚫고 나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에 기인한다.
도시는 사람을 닮았고, 사람은 도시를 닮는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모든 건물과 구조물은 많은 사람을 담아내기 위한 효율을 근거로 하고, 그것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복잡함은 오히려 도시의 활기를 양산한다.
어떤 도시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너에게 나는 어떤 모습인지를 적극적으로 묻는다. 화려함과 친근함을 무기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석구석에도 그 기운은 게으름이 없다. 화려함은 부지런함을 근본으로 한다. 게으른 존재는 화려할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도시는 나에게 수줍다.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음정으로 치면 도. 레. 미 정도에 머문다. 그 이상 음정을 높이지 않는다. 그래서 잔잔하다. 클래식을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도시에서도 이러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도시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말을 걸어온다면 흔쾌히 듣는다. 수줍어한다면 눈과 귀를 더 가까이 갖다 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도시가 그렇다.
그 도시를 사랑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듣고, 다가가고, 자세히 오래 보면 된다.
그 도시의.
중심.
역사.
광장.
시장.
음식.
걷기.
교통.
전망.
야경.
그리고 사람들.
부대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지면에 발을 대고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도시가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을 소화할수록.
나는 더 깊은 호흡을 그 도시와 할 수 있다.
호흡을 같이 한다는 건 입맞춤과도 같다. 옷깃 이상을 넘어 그 도시와의 인연을 맺는 순간이다. 그 모든 순간은 찬란하며 경이롭다.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감정이라는 속도를 자아내고, 이 순간을 붙잡고 싶다는 욕망은 가차 없이 가버리는 시간 앞에 무용지물이 되지만.
결국 남는 건 그 도시에 대한 사랑이다.
많은 도시를 맞이할수록, 나는 또 다른 사랑을 배운다.
사랑의 방법은 하나가 아님을.
그리하여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음을.
화려하게 또는 수줍게.
그 도시들은 나에게 소리치듯 속삭이고, 속삭이듯 소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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