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다 글이 먼저고, 글보다 내 생각과 삶이 먼저다.
책을 낸 사람은 '저자'다.
우리는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니까 작가다.
나를 괴롭혔던 상념들.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내 지금 현실과의 괴리.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서 빨리 책을 내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다는 조급함. 나는 이것이 우리가 글을 쓸 때 가장 큰 적이자 장 애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소개를 할 때 ‘출간 작가’란 말을 한다.
자, 이 말을 한 번 뜯어보자. 출간 작가. 그러니까 작가인데 출간을 했다는 것이다.
눈치챈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출간해야 작가가 된다는 명제와 일치하지 않는다. 책을 낸 사람은 저자다. 글이나 문학 작품,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작가다.
작가의 한자 뜻 그대로를 옮겨 보면, ‘집을 짓는 사람’이다.
즉, 나만의 생각과 창의로 집을 짓는 사람. 그렇게 내어놓은 것들을 ‘콘텐츠’라고 하며 그것들을 모아 정리한 게 바로 ‘책’이다. 그러니까 “책을 내 작가로 만들어주겠다”라는 목소리에 유의해야 한다.
책 보다 글이 먼저고, 글보다 내 생각과 삶이 먼저다.
내 생각과 삶 없이 어떻게 글이 나오고 책이 될까?
SNS를 보면 책 한 권 내지 않았으나 자신만의 짧은 글을 올리며 스스로를 작가라 부르는 사람이 많다. 브런치 또한 보통 사람들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주고 계속해서 쓰게 만든다.
나는 이 현상에 흔쾌히 동의한다.
천 번 만 번의 지지를 보낸다. 그렇게 자꾸 자신을 내어놓고 그 생각들을 쓰다 보면 나는 그것이 언젠가 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그러한 일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에게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작가라서 쓰는 게 아니다.
우리는 쓰면서 작가가 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좋다.
쓰는 날을 하루라도 더 만들어야 한다. 어차피 우리는 각자 삶이라는 소설을 써 내려가고 있는 인생의 작가다. 그 수많은 에피소드와 감정들을 그냥 날아가게 둘 것인지, 아니면 이 를 가지고 기어이 한 챕터를 써낼 것인지 그 선택은 오롯이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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