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양의 글쓰기
거 참 더럽게
글 안 써질 때가 있다.
글쓰기에 있어 이런 표현을 하고 싶진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표현을 하지 않으면 글쓰기로는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할 때가 있다.
글쓰기도 이해할 것이다.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스스로를 제대로 내어 놓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말이다.
그러나 글쓰기의 꾸준함을 알고 있는 나는 그렇다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잘 써지면 잘 써지는 대로.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오늘도 그렇게 한 줄, 한 문단을 이어 나간다.
이러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나는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한다.
잘 써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 것!
답은 간단하다.
잘 써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 그저 쓰는 것. 안 써지는 그 감정마저 겉으로 내어 놓는 것. 무어라도 쓰는 것이다.
사실, 글은 잘 써지는 날보단 그러하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이게 더 자연스럽다. 무언가에 홀린 듯 글 잘 써지는 날이 일 년 중 몇 날 있긴 하지만 그것의 지속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글이 잘 안 써지는 날이 오히려 더 많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내 글쓰기를 돌아보면 그저 하나 잘한 게 분명 있다.
특히 글쓰기를 시작할 그때. 나는 글이 잘 써지는 것과 그러하지 않은 느낌을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썼다. '질'의 글쓰기가 아니라 '양'의 글쓰기를 한 것이다. 내 글을 판단하지 않았다. 내어 놓는 게 더 좋았다. 재밌는 건, '양'이 늘자 '질'이 따라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심을 바라볼 때.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땐 다음 세 가지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첫째, 잘 써질 때까지 쓴다.
둘째, 잘 써지지 않았다고 생각한 글을 마음에 들 때까지 퇴고한다.
셋째, 이도 저도 안되면 제목이라도 써 놓고 다음을 기약한다.
이 세 가지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눈치챘는지 모르겠다.
바로, 무어라도 한다는 것이고 글이든 제목이든 무엇이라도 '쓴다'라는 것이다.
글이 저절로 잘 써질 때란 없다.
알게 모르게. 머리와 마음으로 그리고 느낌으로. 우리는 일상에서 글감을 모으고 그 서사를 기획하고 구성해 왔을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글로 터져 나오는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때가 언제인지를 잘 모른다. 계속 써야 하는 이유다. 같은 주제라도 양을 늘려 다양하게 적어봐야 하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언젠가 좋은 영감과 표현은 내 글에 묻어 나오기 마련이고 스스로가 인정하는 완성된 글은 서서히 내 자아를 관통하여 세상에 다다를 수 있게 된다.
글이 잘 써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그저 꾸준히 쓰다가, 나조차도 감동할 그 글이 나올 그때를 스스럼없이 맞이하고 만끽하자.
오늘 적어 내려간 내 글은.
이미 내 삶의 역작 중 한 부분임을 잊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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