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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Feb 08. 2023

나는 왜 글쓰기를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

내 동문서답이자, 우문현답

글쓰기는 나와 요원한 것이었다.

글쓰기의 즐거움과 고통을 오가는 걸 보면, 사실 지금도 그리 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언제나 내가 바라는 건, 손끝에 닿을라치면 더 멀어져 가는 것들이다. 글쓰기도 무언가를 좀 알겠다 싶으면, 내 한걸음에 글쓰기는 두 걸음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쓰기를 놓지 않는다.

꾸준히 쓰는 이유가 더 멀어져 버릴지 모르는 글쓰기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다. 수단으로써의 글쓰기라면 그리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지만, 글쓰기 안엔 내 자아가 진하게 묻어 있으므로 그 미련을 버릴 수가 없다. 생각해 보니 그것은 글쓰기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잡을락 말락, 잡힐락 말락 할 때의 그 묘한 쾌감이 있지 않은가. 한 번에 잡히면 우리는 싫증이란 단어를 떠올리곤 하니까.


그래.

맞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쓰는가 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쓰다 보면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나에 대한 무언가를 좀 더 알 수 있지 않을까. 쉽게 잡히지 않는 걸 좇다 보니, 내 뒤에는 무수한 글들이 어느새 소복이 쌓여 있다. 소복한 그것들을 보니,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실제로 먹지 않고 잠자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때로 나는, 스스로에게 따지듯 묻는다.

나는 왜 글쓰기를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


책상 앞에 앉아, 무어라도 끄적이기라도 했으면 되었을 것을.

그렇게 글쓰기는 시작되고, 내가 지금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깨우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의 야속함은 현실을 되돌릴 수 없다는 비가역성에 있다.

가역(可逆) 한 것의 대부분은 현실적이지가 않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글쓰기엔 때가 없다. 돌릴 수 없는 것에 미련을 갖지 말자. 차라리 그 미련에 대해 쓰자. 그것을 씀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자. 그러하면 나는 완벽할 순 없어도, 나아질 순 있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글쓰기의 숙명적인 미완성에 대하여.

미완성으로 인해 완성되어 가는 자아에 대하여.


글쓰기의 역설은 그렇게 선물이 된다.

결국은 완벽하지 않은 글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네 삶은 완벽할 수 없으며, 완전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가 결국은 우리를 쓰게 만들 테니까.


오늘은 내 인생 가장 젊은 날이자, 가장 늙은 날이다.

삶은 죽음으로 귀결되고, 죽음은 삶으로 고귀해진다.


그러니, 글쓰기에 늦은 때란 없다.

쓰지 않았던 모든 날은, 글감을 모아 온 날이 된다.


투정보단.

투쟁하자.


부조리가 가득한 삶에.

글이라는 어퍼컷을 날리자.


무언가를 후회할 여력이 있다면.

단 몇 자라도 쓰고 남기자.


이것이 바로.

글쓰기를 왜 일찍 시작하지 못했을까에 대한 내 동문서답이자, 우문현답이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순차적으로 앞선 작가님이 지정한 문장을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 릴레이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받은 문장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말하고 싶다.>입니다. 그리고 제가 다음 작가님께 드릴 문장은 <글쓰기에 늦은 때란 없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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