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직장인 심리카페
스테르담 직장인 심리카페 의뢰 내용을 정리하여 연재합니다.
Q. 모호한 업무지시 때문에 답답합니다.
일을 맡길 때 제대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말처럼 해놓고 얼마 되지 않아서 ‘했어?’라고 묻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생활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해 커뮤니케이션으로 끝납니다.
그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 업무 대부분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숨 쉬는 게 너무 당연해서,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이죠.
먼저, 저는 질문자님의 편에 서고 싶습니다.
상사가 잘못한 겁니다. 모호하게 커뮤니케이션하거나 애매하게 일을 지시하는 것만큼 무능한 상사는 없으니까요. 질문자님의 답답함을 저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그런 상사를 만나게 된 것도, 절대 질문자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그 답답함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선 발전이 없습니다.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건, 그 상사와 내 수준이 거기서 거기라는 방증이 될 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엔 3대 조건이 있습니다.
송신자, 수신자, 메시지가 그것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듣는 사람이 있고, 그 사이엔 말을 하는 이유 즉 '메시지'가 있습니다. 직장에서의 '메시지'는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신호입니다. 회사의 문화가 수직적이든, 수평적이든 중요한 건 이 '메시지'가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전달되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 수준 또는 성패가 좌우됩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합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 말도 떠올려보면 좋습니다.
스스로라도 메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지나가는 말처럼' 업무 지시를 한다는 그분의 특성을 알아냈습니다.
대단한 겁니다. 관찰력이 있는 겁니다. 이젠, 지나가는 말에서 메시지를 찾아내면 됩니다.
그래도 모호하다면, 이제는 묻는 겁니다.
지나가는 말이라고 그저 지나쳤다가 맞이했던 당황스러움을 떠올려 보세요. 한두 번 속지 두 번 속나요. 지나가는 말속에 있을지 모르는 메시지를 찾아내기 위해, 그 말을 적고 복기하고 또 물어보세요.
"말씀하신 것 중에, 이걸 챙겨볼까요?"
마지막으로 중간보고를 생활화하는 겁니다.
"했니?", "다 되었어?"란 질문을 받기 전에 먼저 일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겁니다. 정식 보고까지 안 해도 됩니다. 밥 먹으러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불쑥 상사의 책상으로 찾아가 현황을 미리 알리는 겁니다. 묻기 전에 먼저 진행 상황을 알려 주는 건 꽤 짜릿합니다. 상사만 우리에게 불쑥 찾아오리란 법은 없습니다. 우리도 불쑥 찾아가 봅시다.
'저 사람이 이러는데 나는 어떡하죠?'란 말 안엔, '저 사람'이 상수이고 '나'는 변수란 명제가 숨어 있습니다.
즉, 저 사람의 언행에 따라 내 '행'과 '불행'이 결정되는 것이죠. 그러나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질문하면 보이지 않던 답이 선명하게 보일 겁니다.
상대방이 모호하다고 하여, 나 자신까지 모호해선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