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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1. 2023

속담으로 알아보는 멕시코

그들의 속담이 마음 한 편에 고스란히 다가오는 날

속담의 매력


인류는 공통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문화라는 특성에 기반한다. 다신, 문화는 각 인종의 삶의 모습의 합과 곱이다. 삶의 모습은 제각각이므로, 더하기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며 곱셈으로라도 그 일부를 가늠해야 한다. 이러한 차이와 다양성을 물고 들어가다 보면 결국 '생존'이라는 한 단어가 남는다. 살아남기 위해 인류는 발버둥 쳤고, 각각의 기후와 지형과 같은 천혜의 조건에서 삶과 문화가 태동하고 그것이 문화로 고착되어 발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라는 본성에 근간을 둔다면 '공통성'이 부각될 것이고, 각각의 생존 방식을 앞세운다면 '차별성'이 또렷해질 것이다.


우리 여행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같은 듯 다른 모습, 다르면서도 같은 모습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결국 우리와 그네들의 삶이 다르지 않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란 아주 당연한 깨달음을 얻는 게 여행의 묘미이니까.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여행'말고도 또 있다.

바로 '속담'이다. 이는 여행만큼이나 묘미가 가득하다.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통찰이 문장에 깊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앞선 세대의 경험과 관찰에 기반을 두고 이것은 구전된다. 구전되는 동안 복잡한 생각과 설명은 간단하게 변모하여 깔끔한 문장으로 다듬어진다. 이 문장엔 구체적이고도 보편적이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의미가 매섭게 들어있다.


속담으로 보는 멕시코


멕시코에 살며 느낀 그들의 삶은 '열정', '진심', '자유', '낭만', '가족', '행복'의 단어로 압축된다.

그렇다면 속담으로 멕시코를 바라보면 이러한 것들이 잘 녹아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그들의 삶이 진정한 그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속담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다.


1. "No hay mal que por bien no venga"



"좋은 것과 함께 오지 않는 나쁜 것은 없다."


때로 우리는 무백의 순결함만이 행복이라 믿는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얼룩이 지고, 얼룩이 모여 삶의 다양한 무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멕시코 인들의 긍정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2. "Al mal tiempo, buena cara."



"나쁜 날씨에도 좋은 얼굴을 하라."


이 또한 그들의 긍정성을 엿볼 수 있는 속담이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감정은 요동쳐도 얼굴을 환하게. 그러하다 보면 환한 얼굴의 에너지가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도 있으니까.


3. "El que busca encuentra."



"찾는 자가 발견한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우리네 속담과 다르지 않다.

문화와 인종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자가 꿈을 더 많이 쟁취한다는 말은 언제나 나를 다시금 들썩이게 한다.


4. "Elque mucho abarca, poco aprieta."



"너무 많이 잡으려 하는 자는 적게 잡는다."


욕심의 근간을 꿰뚫는 말이다.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내다 버려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그들의 말이다.


5. "Cada cabeza es un mundo."



"각자의 머리는 하나의 세계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말이다.

배려를 넘어 존중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개성 강한 멕시코인들의 모습이 어디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6. "El que no oye consejo, no llega a viejo."



"조언을 듣지 않는 자는 늙지 않는다."


멕시코도 잔소리의 존재가 그리 편하진 않는 모양이다.

적당한 잔소리는 삶에 도움이 되지만, 아마도 지나친 조언에 대한 속담이 아닐까 한다. 이러나저러나, 조언에 대한 소화력은 듣는 사람의 몫임이 분명하다.


7. "La suerte de la fea, la bonita la desea."



"못 생긴 사람의 운명, 예쁜 사람이 원하는 그것."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며, 그것이 외모의 전부가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의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8. "La esperanza muere al último."



"희망은 마지막에 죽는다."


이처럼 희망적인 말이 또 있을까.

희망 고문이라도 해도 좋다. 내가 아직 죽지 않았다면, 희망은 여전히 나에게 있다.


9. "La prisa mata a la oración."



"조급함이 기도자를 죽인다."


우리네 빨리빨리 문화에 경종을 주는 말.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행동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시시한다. 실생활에 활용하자면, 한국 사람은 조급함의 속도를 좀 줄이고, 멕시코 사람은 그 속도를 조금만 더 높이면 되지 않을까.


10. "El que nace pa' tamal, del cielo le caen las hojas."



"타말(옥수수로 만든 멕시코 음식)을 만들기 위해 태어나면, 옥수수 껍질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삶에 타고난 재능이나 소명에 대한 이야기다.

그 기저엔 그들의 소명이 가족과 공동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암시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행복에 관한 그들의 속담 중,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 하나 있어 추가로 남기고 싶다.


"La felicidad no es la ausencia de problemas, es la habilidad para lidiar con ellos" ("행복은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루는 능력이다")


나는 멕시코라는 나라와 사람 그리고 문화를 사랑한다.

그들의 자유로우면서도 낭만적이며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는 사랑과 열정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모든 걸 종합하여 결국 오늘도 행복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들과 함께 부대끼다 보면.

나도 그 행복이란 것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지 않을까.


그들의 속담이 마음 한 편에 고스란히 다가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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