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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20. 2023

MZ에게 오마카세를 허하라

그것 하나 허하지 않는 자들의 허세는 정말 옹졸하다.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의 인터넷판 데일리 신초가 한국의 오마카세 열풍을 두고 '젊은이들의 사치와 허세'라고 해석했다.


데일리 신초는 '일본의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마카세는 한국 젊은이들 사치의 상징"이라며 "첫 데이트나 생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는 인기 있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예약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해쉬태그로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60만 건에 가까운 게시물이 나온다.


해당 매체 기자는 서울 시내 인기 오마카세 레스토랑 가격이 점심 13만 원, 저녁 25만 원으로 고가라면서 오마카세를 먹고 SNS에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해 타인에게 자랑하는 것까지가 '하나의 세트'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데이트 음식값을 남자가 내야 하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수입이 많고 센스 있는 남자인 척을 하기 위한 허세가 오마카세의 열풍을 불러일으킨다는 말도 더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일본 산케이 신문 계열의 우익 서향 타블로이드지 유쿠후지는 "한국 젊은이들은 컵라면으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에르메스 빈 상자를 배경으로 가짜 롤렉스 손목시계를 찬 사진을 찍는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기사에 적힌 댓글은 성토가 대부분이다.

왜 일본 음식을 먹냐부터, 그럴 돈 있으면 다른 무언가를 하라는 등의 말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내 생각은, 젊은이들에게 오마카세를 허하자라는 것이다.

댓글로 성토한 사람은 둘로 나뉠 것이다. 오마카세를 먹어본 사람과 아닌 사람들. 먹어본 자의 성토는 가식이다. 반대로, 먹어보지 않은 사람의 그것은 열폭이다.


나는 우리네의 '허세'를 인정한다.

그것은 내 마음에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허세 없는 사람이 있을까? 허세 없는 나라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 나라엔 인스타그램이나 여타 유사한 SNS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인스타그램과 SNS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의 기자가 쓴 기사라면 나는 반박할 이유가 없다.


다시, 성토하는 자는 SNS를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로 나뉠 것이다.

SNS를 가진 자는 자신의 허세를 돌아보길. 그것을 가지지 않은 자는 허세의 배경을 탐구해 보길. 무조건적 성토와 질타는 스스로의 타인에 대한 이해심 결여와 깊지 않은 지식의 수준을 나타내어주는 바로미터일 것이니.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기원전 약 4천 년 즈음이다. 자본주의가 생겨난 건 16세기. 이후 인류는 성장의 가도를 달렸고, 21세기에 이르러 성장의 정점이 꺾이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젊은 세대는 그러한 변곡점에서 성장이 아닌 역성장의 순간에 봉착했으며 인류 최초로 부모모다 가난한 세대라는 수식어가 주어졌다.


부모는 부자이므로, 부족한 게 없이 자란 세대.

그러나 정작 어른이 되어선 제대로 된 일자리도 없는 세대.

게다가 발달한 인터넷과 SNS로는 서로의 삶을 염탐하며 오늘도 새로운 부러움의 욕구를 생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그 누가 와도 허세를 안고 살 수밖에 없다.

큰 것을 사지 못할 바엔, 작은 욕망이라도 채우는 게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처사다. 밥값보다 더 나가는 스타벅스와, 일 년 몇 안 되는 오마카세의 추억을 왜 허세라는 한 단어로 사람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는가? 


허세는 누군가의 질타로 절대로 깨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허세의 공허함을 느낀 자는, 스스로 깨닫는다. 허세를 벗어날 수 있는 자는, 허세를 부려본 사람이다. 허세를 부려보지도 못한 자는 허세에 대한 갑론을박을 멈춰야 한다. 아니, 그의 갑론을박은 허세에 대한 모독이자 진정성이 결여된 열등감의 표현일 뿐이다.


젊은이에게 오마카세를 허하라.

타인의 허세를 질타하기 전에, 자신의 허세를 돌아보라.


허세가 가득한 자는, 타인의 허세를 더 크게 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허세가 그의 허세 앞에 쪼그라들면 안 되니까.


젊은이들의 오마카세를 허하지 않는 그들의 허세가.

정말 얼마나 옹졸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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