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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21. 2016

당신의 손

거북이 등처럼 딱딱한 당신의 손. 그리고 삶의 무게.

오늘 아침은 여느 날과 다르게 햇살이 더 눈부셨어요.

더 자고 싶었지만 찬란하다 못해 눈이부신 그 햇살은 결국 무거운 눈을 비벼 뜨게 만들었죠. 느낌이 좋았어요. 눈을 떴을 때 포근한 이불에 감싸인 느낌. 그리고 산뜻하게 지저귀는 새. 주말이라 여유로운 마음까지. 그렇게 맞이한 거예요. 그 날 하루를.


눈을 뜨자마자 보게 된 건 당신의 손이었어요.

손을 잡아 보았죠. 많이 거칠었어요. 거칠다 못해 상처투성이인 손은 많은 우여곡절을 짐작케 했어요. 마음이 아팠어요. 얼마나 많은 산전수전을 겪은 걸까. 무엇이 이토록 당신의 손을 거칠게 했을까. 혹시 그것들이 당신의 마음까지 거칠게 한 건 아닐까. 내가 감싸줄 수 있을까. 내가 감히 그럴 수 있는 존재일까.


당신의 삶의 무게를 돌아봅니다.

두 어깨에 짊어진 그 짐을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당신은 그러한 삶을 한탄하며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 통곡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자기 만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또 다른 외침이었습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맘 아프게도 없었습니다. 거북이 등처럼 딱딱하게 굳은 그 손등. 그리고 여기저기의 상처. 마음이 굳으면 안 될 텐데. 마음에 상처가 나면 안 될 텐데. 그 걱정들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당신의 손을 어루만져 봅니다.

나의 체온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체온에 나의 마음과 위로, 그리고 응원을 담아 전달하려 합니다. 아마 전달이 될 겁니다. 잘 될 겁니다. 전깃줄을 타고 전기가 흐르듯이, 가족이라는 끈끈한 그 줄을 통해 사랑이 흐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세상을 좀 더 즐길 자격이 있습니다. 더 궁금해하고 더 도전할 자격이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응원합니다. 


당신은 그렇게 내내 개구지소서.



P.S


어느 이른 아침. 부신 눈을 비비며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둘째 아이 녀석이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고요.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이런. 손등이 왜 이리 거북이 등처럼 딱딱하고 거칠할까. 곳곳의 상처는 어떠하고. 아이 손에 수시로 핸드크림을 발라주던 와이프에게 뭐하러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했던 게 기억납니다. 진작 알았더라면 내가 먼저 발라줄 정도였습니다.


한편으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습니다. 어른들에겐 산전수전일 수도 있는 것들이 이 녀석에겐 호기심이었을 테니까요. 손이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마 이것저것 만져보고 달려들었을 겁니다. 땅의 흙은 기본이고 벌레도 만지고 먼지 가득한 땅바닥의 어떤 것들을 집어 들어 이리저리 어떻게 해보았겠죠.


그러면서 알아갈 겁니다. 이건 만져도 되는구나. 이건 안되는구나. 어쩌면 알아가며 생각과 마음이 좁아질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렇게 되는 것처럼. 그래서 이것저것 더러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만질 수 있는 이때가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손톱 사이사이 땟국물이 스며들고 줄줄 흐르더라도 말이죠.


예전에 제가 썼던 글이 생각나서 아래 연결해 봅니다. 아이들에게도 삶의 무게가 있더라고요. 놀 시간이 없다며 아침에 일어나 대성통곡을 하던 녀석의 어깨에서 그것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그것보다 조금, 아니 좀 더 많이 클는지 모르는.


- 삶의 무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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