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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5. 2023

묻다 보면 쓰게 된다.

매 순간 글로 남기는 것 또한 존재의 숙명

쓰지 않던 날을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고 있었음을 돌이킨다.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던 어느 철학자의 말 또한 그와 궤를 같이 한다. 생각은 수동적이기보단 능동적인 활동이며, 드는 생각만으론 존재를 증명할 수 없고 생각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식이란 말은 다시금 무언가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일인데, 무언가를 분별하고 판단하려면 에너지를 들여 뇌를 활성화해야 한다.


뇌를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질문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묻는 것.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자아내는 것.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


묻는 순간, 존재는 현실에 있게 되고 현실이라는 순간을 자각한 그 순간 존재는 존재의 존재를 성립한다.

이를 바꿔 생각해 보면, 묻지 않는 그날에 나는 어떻게 존재했는지를 기억할 수가 없다. 무엇을 추구했고, 무엇을 목적으로 삼아 살았었는지가 신기하리만큼 희미하다. 숨 쉬고, 먹고, 무언가를 바라며 살았을 텐데 그 세월이 거의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세월이라기보단 그 시간들 속에서 내가 생각하고 바랐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가 새까맣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부터 나는 묻기 시작했다.

묻다 보면 쓰게 된다. 계속해서 쓰는 것의 원동력은, 계속해서 묻는 것이다. 묻는 것을 멈추지 않으니, 글을 쓰는 것도 멈추지 않는다.


존재는 숨을 쉬고 있지 않은가.

생각과 더불어 존재를 지속하는 또 하나의 필수요소는 바로 숨을 쉬는 것이다. 숨을 쉬어야만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로, 숨을 쉰다는 건 존재를 실시간으로 자각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증명하며 또 그것을 유지해 준다는 의미다.


다만, 코로 쉬는 숨 말고도 또 다른 숨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숨만 쉰다고 또한 존재가 성립되는 건 아니다. 숨을 쉬되 생각하지 않고, 묻지 않으면 그것을 존재라 할 수 있을까? 어느 영화에 나오는 좀비를 하나의 존재로 수용한다면, 나는 할 말이 없지만 내게 있어 좀비는 내가 바라는 존재의 형상이 아니다.


무엇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가.

코로 쉬는 숨 말고, 존재의 영성을 살리고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가 말이다.


나는 글쓰기로 숨을 쉬기로 했다.

누군가에게 그 숨은 가족일 수도, 유흥일 수도, 책이나 기타 다른 쾌락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들을 매개로 숨을 쉬어봤을 때 헐떡임을 피할 수 없었던 지난날을 돌이켜 나는 글쓰기로 숨 쉬기를 정한 것이다.


묻고.

쓰고.

숨 쉬고.

생각하고.

존재하고.


시작점은 묻는 것으로 시작하여, 존재함을 돌아 그것들을 반복한다.


살아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건.

존재의 숙명이자 과제, 그리고 축복일 것이다.


그것을 매 순간 글로 남기는 것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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