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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02. 2023

모르는 거 말고 아는 걸 쓰세요.

'아는 것 = 내 감정'

무언가를 시작할 때 우리는 두려움과 부담을 느낀다.

애초에 우리 뇌와 마음은,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보단 안주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생존을 위해서다.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수고를 해야 하고, 알지 못하는 것에 다가갈 땐 불안하기 때문이다. 태초로부터 내려온 집단 무의식은, 오늘도 생존하고 있는 우리에게 프로그래밍화 되어 강력하고도 자동적으로 그렇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글쓰기는 더 없는 두려움이자 부담이다.

우선, 익숙하지가 않다. 전혀 별개의 세계다. 전업 작가도 아닌데 글을 쓴다니. 무엇을 왜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예 글쓰기에 대한 뇌 영역이 없을 수도 있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영역은 물론, 아는 것이 많지 않아 무언가를 써낼 도리도 없다는 생각이 자동적으로 든다.


그러네... 아는 게 있어야 쓰지... 란 생각.

바로 이 생각. 이 생각이 글쓰기 앞에 주저하거나 장벽을 느끼고 쉬이 그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지 못하니까, 아는 게 많지 않으니까.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아주 좋은 이유이자 변명이다.


사실, 글쓰기는 앞서 말한 생존과는 큰 관련이 없다.

쓰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고, 쓰지 않는다 하여 누가 무어라 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생존을 '동물적 생존'과 '사회적 생존'으로 구분해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자는 의식주나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것이다. 채우지 않으면 생존에 직결이 되는 것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 앞에 사람과 동물은 구분되지 않는다. 흔히들 '동물의 왕국'을 욕구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사람들을 비꼬울 때 사용하곤 하지만, 한 열흘만 굶어 보자. 우리 눈앞에는 보이는 게 없을 것이고, 네 발로 기어서라도 먹는 것을 찾아 헤맬 것이다.


이에 반해 '사회적 생존'은 형이상학적인 욕구의 개념이다.

명예를 얻고자 하는 것, 또는 자아실현을 하고자 하는 것. '사회적'이라 하여 둘 이상의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지만, 내 안엔 너무도 다른 '나'들이 있어 혼자 있어도 사회생활은 시작되며 그 사회생활을 잘해나가려면 나 자신을 탐구해야 한다. 글쓰기는 자아를 탐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글을 통해 나를 쪼개고, 합치고, 재구성하며 새로운 나를 계속하여 만들고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앞에서, 아는 게 없어 주저했다는 말로 다시 돌아가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든 게 많아야 무언가를 쓸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다면?

모르는 거 말고, 아는 걸 쓰면 된다.


우리는 무얼 알고 있을까?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메타인지는 시작된다. 여기서 다 나아가 메타감성을 들여다보자.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 나는 누구보다 뛰어나게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 느낌은 누가 대신 느껴줄 수 없는 것이다. 고로, 내가 가장 잘 아는 것과 잘 알아야 하는 건 나 자신이자 내 감정이다.


'아는 것 = 내 감정'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감정의 변화는 알래야 알 수가 없지만, 분명한 건 내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는 표현하고 기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잘, 그 무엇보다 더!


어쭙잖은 지식을 담아 그것을 내어 놓으려 하기보단.

내가 느끼고,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써야 한다.


바로 그 순간, 글쓰기는 시작될 것이며 시작된 글쓰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알지 못하는 것, 저 멀리 있는 것, 나라는 자아와 직결되지 않는 다른 것을 추구하다 보면 허무함과 공허함만이 남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나쁜 건 아니다.


내 글쓰기도 허무함과 공허함으로부터 시작되긴 했으니.


그렇다.

허무함과 공허함에 대해서부터 쓰기 시작하면 된다.


그 누구보다 잘 아는, 내 감정과 느낌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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