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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26. 2023

한국은 김밥 천국 멕시코는 살사 천국

살사 천국, 불신........

멕시코 음식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다.

먹어보지는 않았어도 무엇인지는 다들 알 정도다. 인기의 근원은 맛은 물론,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우리네 밥과 같은, 또르띠야라는 탄수화물을 기반으로 그것에 넣어 싸 먹는 고기와 채소 그리고 해산물의 조합을 보면 이는 완전식품이라 할 정도로 맛있고 매력 있다.


멕시코를 알기 전, 나에게 든 하나의 의문점은 타코, 케사디야, 브리또 등 많은 이름이 있지만 거기서 거기인 음식이란 관념에서 출발한 그들의 구분법이었다. 

어차피 또르띠야에 싸서 먹는 건 매한가지인데 이게 타코와 다른 게 무얼까란 생각이 든 것이다. 한 마디로, 모든 음식이 고만고만해 보였다. 물론, 이러한 오해는 이곳 멕시코에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며 풀렸다. 저마다의 조리법과 매력이 다르니, 그것들의 이름이 달라야 하는 건 당연했다.


여기에, 각 음식의 맛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살사'의 매력은 멕시코 음식의 화룡정점이다.

우리나라 식당에 가면 반찬을 먼저 깔아 준다. 멕시코는 살사를 먼저 가져다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초(또르띠야 튀김)나 치차론(돼지껍질 튀김)을 함께 주기도 한다. 식당 점원은 언제나 여러 살사의 맛 또는 매운 정도를 이야기한다. 가장 덜 매운 것에서, 가장 매운 것으로. 그 하나하나의 단계를 따라가 보는 여정은 꽤 흥미롭다. 나초에 묻혀도 보고, 치차론을 담가보기도 하고. 때론 손등에 묻혀 맛이나 매운 정도를 보는 재미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다른 음식들이 나온다. 

우리나라 반찬 나오듯. 멕시코에선 언제나 살사가 먼저 나온다.


'살사'란 말은 스페인어로 '소스'를 말한다.

대개의 재료는 토마토, 양파, 고추, 마늘 등이다. 여기에 각종 과일을 함께 갈아 넣기도 하고, 기호에 따라 또 다른 종류의 것을 섞기도 한다. 살사는 15세기 멕시코 아스텍족과 마야족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일까. 멕시코 외 남미 지역엔 살사 문화가 있지만, 멕시코만큼은 아니다. 그 빈도와 종류를 볼 때, 멕시코는 말 그대로 살사 천국인 것이다. (참고로, 20세기 초반 쿠바에서 발전한 춤 이름도 '살사'인데 이 또한 멕시코에선 흔한 문화다. 과연, 살사 천국이 맞다는 생각이다. 음식에 소스를 곁들여 맛을 배가하듯, 살사란 춤도 삶에 활력소를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대개 살사 베르데(녹색)과 로호(붉은색)는 기본으로 나온다.


간혹, 타코를 주문하면 '화려한 타코'와 '허전한 타코'가 나온다.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구분법이다. '화려한 타코'라고 칭하는 이유는 그 안에 고기 외에도 채소나 치즈같이 다른 재료가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타코들은 이름 그 자체에 충실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립아이(등심)' 타코라고 하면, 또르띠야에 립아이만 덩그러니 놓이는 경우다. 이럴 때 나는 화려한 타코보다는 더 많은 살사를 곁들인다. 허전한 타코는 어찌 보면 하나의 여백이다. 다양한 살사를 변주하여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여백.


화려한 타코. 갖은 재료들이 꽉 들어차 있다.


여백의 미가 있는 허전한(?) 타코


멕시코는 그렇게 살사와 함께 음식의 변주가 일어난다.

음식에 활력이 생기고, 맛이 더 좋아진다. 간혹, 질질 흘리게 되는 상황을 제공하지만 그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또르띠야를 접어, 살사가 흘러내리지 않게 공손히 내 고개를 틀어 타코를 한 입 베어무는 그 재미. 먹는 것엔 맛도 중요하지만, 그 모습과 여정도 즐거워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살사'는 음식, 소스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영혼이 담긴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밥, 김치, 국물. 이것과 빗댄다면 멕시코의 소울 푸드는 또르띠야, 살사, 국물일 것이다. (멕시코도 포솔레나 깔도 등 다양한 국물을 곁들인다. 국물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음에.)




정리하면, 멕시코는 살사 천국이다.

살사가 없으면 멕시코 음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네 반찬이 없는 것과 같다. 반찬이 없는 우리네 밥상은 상상하기 힘드니까. 반찬이 없으려면 비빔밥과 같이 한 번에 비벼 먹어야 한다. 멕시코도 그러한 방법은 있다. 넣을 수 있는 모든 걸 또르띠야에 넣어 먹으면 되니까.


그럼에도 음식이 나오기 전 제공되는 반찬이 하나의 '정'과 같이 느껴지듯, 멕시코 살사에도 '정'이 담겨 있다.

메인 음식이 나오기까지 맛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정겹게 기다리는 그 한 상의 여유는, 사람냄새 가득한 손길이니까 말이다.


살사 천국 멕시코에서, 더 많은 살사를 맛봐야겠다.

살사가 음식에 활력을 넣듯. 내 삶의 활력을 찾아 줄 또 다른 의미의 살사가 무엇인지를 내내 생각해 봐야지. 이것이 살사가 내게 귀띔해 주는 행복한 삶의 비결일지도 모르니까.


살사가 있는 곳엔 행복이 있다.

행복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천국일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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