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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3. 2023

백종원 씨도 다녀간 멕시코시티 내장탕 맛집

시뻘건 국물이 눈과 입 그리고 위장을 자극한다.

한 숟갈을 떠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비주얼이다. 식당은 전통 시장 내에 위치한다. 찾기가 그리 쉽진 않다. 가게에 들어서니 식사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왔지?'란 눈빛이다. 왜 우리도 그러하지 않은가. 너무나 당연해서 맛집이라고 생각해 보지 못한 어느 허름한 식당에, 갑작스레 외국인이 찾아온다면? 뭐, 그런 느낌이다.


주문을 하려는데, 어느 한 직원이 휴대폰 사진을 내민다.

혹시 한국 사람이면 사진 속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묻는데, 어라... 백종원 씨다. 발걸음이 머문 이곳에 백종원 씨가 왔었다니, 여기 정말 맛집이구나!


빤씨따(Pancita)는 소와 돼지 내장 등을 재료로 만든 일종의 수프다.

우리로 치면 내장탕이다. 내장을 깨끗이 씻은 후 소금물에 담가 냄새를 제거하여 양파, 마늘, 토마토, 고추 등을 넣고 팔팔 끓인다. 전통 모양의 단지에 넣고 계속해서 끓이는 그 모습이 우리네 정서와 같은 우려내는 맛을 가늠케 한다.

Pancita 단지에 넣고 계속해서 국물을 우려낸다.


이 식당 또 하나의 매력은 Pancita뿐만 아니라 우리네 입맛에 맞는 닭국도 있다는 것이다.

맑고 짭조름한 국물에 원하는 닭의 부위를 고를 수 있다. 국물 안엔 반가운 밥도 들어 있다.

닭국도 계속해서 우려낸다. 닭고기는 별도로 쌓아 놨다가 부위를 고르면 국물과 함께 데워준다.


잠깐 메뉴판을 보자.

Pancita 가격은 대(Grande)/ 중(Mediano)/ 소(Chico)로 나뉘며 가격은 각각 90페소, 75페소, 55페소다. 오늘 자 환율로 보면 페소 가격에 77을 곱하면 한국 돈이 된다. 그러니까 90 페소면 한화로 약 7천 원에 해당한다. Caldo de Gaillna는 앞서 말한 닭국이다. Caldo(깔도)는 국물을, Gaillna(가이나)는 닭을 뜻한다.


주문을 하면 우리네 국밥처럼 빠르게 나온다.

국밥이 조선의 패스트푸드면, 빤씨따는 멕시코의 패스트푸드랄까. 맛있는 국물에 양파를 가득 넣고, 리몬을 뿌려 먹으면 끝. 기호에 따라 추가 살사나 매운 고추를 넣어 먹어도 좋다.

(좌) 양파와 리몬 (우) 바로 따먹는 멕시코 허브


또 하나 흥미로운 게 있다.

Papalo(빠빨로)라는 식물인데, 식탁 위에 놓고 이것을 손으로 떼어먹는다. 빠빨로는 멕시코 전통 허브다. 고수 먹듯 먹으면 된다. 맛도 약간 비슷하다. 음식의 풍미를 한껏 돋운다.

멕시코 인심은 토르티야로부터!


빤씨따와 우리네 국밥의 공통점은 서민 음식이라는 데에 있지 않을까.

서민 음식의 꽃은 인심이다. 우리네 인심은 밥에서, 멕시코 인심은 토르티야에서 나온다. 나는 배불러 토르티야 하나로 충분했지만, 옆자리 나이가 지긋하신 멕시코 할아버지는 토르티야를 4개나 드셨다. 모두 무료다. 몇 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무한 리필이라고 봐도 무방할지도.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토르티야와는 좀 다르게 어쩐지 인도의 난과 비슷한 모양과 맛이다.


멕시코에서 국물이 생각나면 뽀솔레를 먹으면 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한국적인 것을 맛보고 싶다면, 판씨따와 멕시코식 닭국을 추천한다. 다른 듯 비슷해서, 비슷한 듯 달라서 느껴지는 맛의 향연은 여행의 묘미이자 다른 곳의 문화를 접해보는 즐거움이다.




* 식당 정보 (Pancita Chabelita)

(참고) 전통 시장의 치안은 외국인에게 어떠할지 모르므로, 가능한 오전 또는 이른 낮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https://goo.gl/maps/QEvBAe5HP2uZuycB8

Pancita Chabelita · Banqueton puerta 15 mercado de la merced Merced, Venustiano Carranza, 15100 Ciudad de México, Mexico


* 백종원 씨 방송분

https://www.youtube.com/watch?v=0JHevd49P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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