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Sep 01. 2023

멕시코 김밥천국 '까사 데 또뇨'

"또뇨(Toño)네 집에서 저녁을 먹자!"


안토니오는 법학을 공부하던 청년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퀘사디야와 스튜 타코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되는 집과 되는 사업 그리고 되는 사람은 그 세를 감추지 못한다. 작은 집 한 모퉁이에서 난로와 테이블만으로 시작된 가족의 작은 식당은 어느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안토니오(또뇨)는 법학 공부를 내려놓는다.

사업에 전념하기로 하고, 직접 원자재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트럭을 몰고 다니며 동분서주했다. 원래 식당 이름은 헐머니의 이름을 따 'Las dos poplanas'로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뇨네 집에서 저녁을 먹자!"라고 말하곤 했다. 이에 한 단골손님이, 이럴 거면 아예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고 정말로 안토니오는 '라 까사 데 또뇨(La Casa de Toño)로 식당 이름을 바꾼다.


1977년의 일이었다.


멕시코의 김밥천국


2000년이 되어, 제공되는 요리 가짓수는 훨씬 더 많아졌고 사람들은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다.

또뇨는 아버지에게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집을 사자고 하였고, 구입한 집을 개조하여 '까사 데 또뇨'

본점이 탄생하게 된다.

까사 데 또뇨 1호점이자 본점 (멕시코 시티 Calle Floresta81)
현재는 모습은 이렇다.


지금은 멕시코 시티를 중심으로 하여 전국에 60개가 넘는 식당으로 확장되었다.

가격과 맛,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식당은 '국민 식당'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하지 않다. 아침이든, 점심이든 저녁이든. 배꼽시계가 멕시코 사람들의 위를 자극하면, 언제나 까사 데 또뇨는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줄 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던지, 차를 타고 가다가 사람들이 웅성대는 모습을 보고는 큰 이벤트가 있는 줄 알았던 적도 있다.


까사 데 또뇨를 방문하여 든 생각이 있다.

너무나 또렷해서 잊을 수 없던 기억은, 우리네 '김밥천국'과 맞물려 있다. 진정한 로컬 음식.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격. 종류를 가리지 않는 음식 형태. 무엇보다, 주문 방식이 낯선 이국에서 느낄 수 있는 친절함으로 다가온다.

식당을 방문하면 김밥 천국과 같은 주문서를 준다. 이게 왜 이렇게 반갑지?


김밥 천국에선 김밥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말 많은 한국 음식이 포괄되어 있다. 분식부터 찌개, 돈가스부터 콩국수까지. 허기지면 김밥을, 국물이 생각나면 찌개를, 더우면 냉면을, 든든함을 원하면 돈가스를 시키면 된다. 물가가 많이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가격도 착하다.


까사 데 또뇨도 그렇다.

기본적인 따코는 물론, 다양한 국물 요리부터 칠라낄레, 엔칠라다, 모예떼스, 께사디야, 소뻬스, 또스따다스와 플라우타까지. 김밥천국처럼 작정하고 메뉴를 모아놨다. 주문서 양면에 빼곡한 메뉴들이 그것을 방증한다. 고르는 재미가 있다. 메뉴를 보는 시간은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 입맛을 다시다 보면, 어느새 주문서의 표시는 하나 둘, 늘어만 간다.


김밥천국의 전공이 김밥이라면, 까사 데 또뇨의 주전공은 '뽀솔레(Pozole)'다.

뽀솔레는 옥수수 알갱이와 고기를 넣어 끓인 멕시코 전통 국물 요리다. 닭고기, 돼지고기, 쇠고기 등 다양한 고기를 사용하며 '멕시코의 소울푸드'라 불릴 정도다. 특히나, 돼지 머리 고기를 선택하여 먹으면 우리네 순댓국의 맛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멕시코 소울 푸드, '뽀솔레'
뽀솔레 한 숟갈... 드셔 보시길.


뽀솔레에 이어 먹어보고 놀란 메뉴는 '또스따다'인데, 여기에 'PATA(빠따)'를 시켜 먹으면 금상 첨화다.

또스따다(Tostada)는 또르띠야를 기름에 튀긴 음식이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인데, 여기에 빠따(돼지 앞다리 살)를 얹고 살사와 크림을 곁들여 먹으면 천상의 맛을 볼 수 있다. 앞다릿살은 젤리처럼 쫀득하여 저세상 식감을 선사하고, 기름에 튀긴 바삭한 또스따다와 그 느끼함을 상쾌함으로 승화시켜 주는 크림의 공세는 입안을 (감동으로)초토화시킨다.


Tostadas(또스따다) with Pata(빠따)

외에도... 정말 모든 메뉴가 맛있다.

맛있지 않은 메뉴가 뭔지 모를 정도로.


멕시코에 왔다면.

뽀솔레를 먹고 싶다면. 김밥천국과 같이 멕시코의 다양하고 진정한 맛을 보고 싶다면. 정말 보통의 멕시코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가정식에 가까운 음식을 접해보고 싶다면.


꼭, 까사 데 또뇨를 들러봐야 한다.

김밥을 먹으며 느낄 수 있는, 왠지 모를 그 어떠한 아련함을 멕시코식으로 느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테니까.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인 음식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백종원 씨도 다녀간 멕시코시티 내장탕 맛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