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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17. 2023

9월에만 먹을 수 있어요, 칠레 노가다.

멕시코 전통 음식

9월 16일은 멕시코 독립 기념일


1810년 9월 16일.

멕시코 독립 운동가 미겔 이달고와 코스틸라가 나폴레옹전쟁으로 약해진 스페인 군에 반발했다. 이는 멕시코 독립전쟁의 서막이었다. 독립 기념일이 다가오면 멕시코는 분주해진다. 15일간 거리 곳곳에서 행진과 축제가 이어진다. 동시에 곳곳 식당에는 특별한 메뉴의 사진이 내걸린다.


바로, 칠레 엔 노가다 (Chiles en Nogada)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땐 생소했다.

하지만 '노가다'란 말에 귀가 움찔거렸다. 멕시코에선 고추를 '칠레'라고 부른다. '노가다(Nogada)'는 호두, 우유, 설탕, 계피 등을 크림소스인데 칠레 노가다의 맛을 규정하는 중요한 재료다.


이 음식은 멕시코 푸에블라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가장 유력한 설은, 1821년 9월 27일 멕시코 독립을 선포한 아구스틴 데 이투르비데를 축하하기 위해 수녀들이 만든 음식이라는 이야기다. 독립을 기뻐하며 수녀들이 포블라노 고추에 다진 고기와 과일을 넣어 볶은 음식을 대접했다.

푸에블라에서 처음 만난 칠레 엔 노가다


흥미로운 음식의 색깔


칠레 노가다를 받아 들면, 우선 눈으로 풍미를 머금을 수 있다.

초록색, 하얀색, 북은색. 파슬리와 노가다 소스 그리고 석류가 만들어 내는 색이 조화를 꽤 잘 이룬다. 어라, 그런데 이 세 가지 색의 조합이 꽤 친근하다.


바로, 멕시코 국기색이다.

'Color de Vandera (꼴로르 데 반데라, 국기색)'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색 조합은 다른 음식이나 살사에도 통용된다.


아래 그림은 토마토와 양파, 고추를 넣어 초록, 하양, 빨간색을 만들어낸 살사인데, '살사 멕시카나' 또는 '삐꼬 데 가요(닭 부리로 쪼아 먹는...)'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살사를 계란에 넣어 스크램블링을 하면, 'Huevo Mexicana (멕시코 오믈렛)'이 된다. 이젠, 어느 음식에서도 이 세 가지 색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9월에만 먹을 수 있어요.


칠레 노가다는 9월에만 먹을 수 있으니, 꼭 챙겨 먹으라는 동료들의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9월에만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주 재료인 포블라노 고추와 석류가 9월에 제철이기 때문이다. 둘째, 독립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누군가 말한, 재미로도 미학적으로도.

그렇다면 칠레노가다는 미식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9월에 먹어야 하는 게 맞다. 실제로,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칠레 노가다를 제공하기 위해 식당들은 9월에만 칠레 노가다를 한정 메뉴로 판매하곤 한다.


맛은 다소 생소하다.

달달한 크림소스에, 다진 고기 조합이라니. 근데, 어라. 작은 땅콩 알갱이를 먹기 위해 아이스크림 전체를 먹는 견과류 열성팬인 내겐 신세계를 열어준 음식이다. 다진 고기 맛도 일품이지만, 거의 반을 채우고 있는 고추 안의 견과류는 음식으로 손이 가는 것을 말리지 못한다. 하얀 소스가 조금이라도 남을라, 접시를 핥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며 샅샅이 포크질을 하게 된다.


달달함.

상큼함.

포만감.

아삭함.

고루 씹히는 견과류와 톡톡 터지는 석류의 아찔한 유혹.


항상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좀 아쉽긴 하지만, 그러기에 더 가치가 있는.

천상의 모습과 맛을 함께 지니고 있는 칠레 노가다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멕시코에 왔는데, 혹시 그때가 9월이라면.

독립기념으로 들뜬 사람들과 함께 미식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맛있고 멋있는 칠레 노가다를 꼭 드셔 보시길.


다진 고기와 견과류가 가득한 속


칠레 노가다..반을 가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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