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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9. 2023

어쩌다. 생존 스페인어.

How many languages are there in the world?
세상엔 얼마나 많은 언어가 있을까?


세계적인 언어 정보 제공 사이트가 밝힌 세상 모든 언어 종류는 무려 7,186개다.

그러나 23개 언어만이 세계 인구 절반에 의해 말해지고 있다. 약 40%는 1,000명 미만의 사용자가 남아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 중, 5천만 명 이상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25개다. 1위는 중국어다. 인구수가 많으니 당연한 결과다.


여기에서 나의 무지(無知)를 깨닫게 된다.

2위는 당연히 영어라고 생각했다. 지식의 저주 일까. 아니면 생각의 감옥에 갇힌 걸까. 모르는 걸 떠올리지 못하는 건 사람의 당연한 속성이다. 놀랍게도 2위는 스페인어였다. 영어는 3위다. 스페인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거나 중남미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7개가 넘는 언어가 있다고? (출처: ethnologue.com)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많은 지역 그리고 사람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걸 몰랐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상관이 없었으니까. 스페인은 그저 여행으로만 몇 번 가봤을 뿐이고, 중남미는 내 인생에는 없는 어느 하나의 '리스트'였다. 여행 갈 일도, 그곳에서 일할 일도 없는 그런. 


몰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말하는 게 한결 쉬운 표현일 것이다.


어쩌다 스페인어 한가운데 떨어진


그러다 갑작스레 멕시코로 발령이 났다.

통보는 두 달 전이었다. 두 달 만에, 나는 부임 준비를 해야 했다. 유럽 주재원을 했을 때엔 언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해외 법인은 모두 영어로 이야기를 하니까. 유럽 각 나라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본사를 둔 우리 회사는 '외국계' 회사였고, 그리하여 영어를 쓰는 게 아주 당연했다. 영어를 멀리(?)하는 스페인, 프랑스, 독일 법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어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중남미는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모두 스페인어를 말한다. 주재원도 예외는 아니다. 한 마디로 서둘러 스페인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두 달이라...', 그래,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부임 날짜 앞에서 나는 스페인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미리부터 받고 있었다. 이럴 거면 제2 외국어라도 배워 둘 걸... 하는 후회가 급속히 몰려왔다.


멕시코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말한다고?


또 하나의 무지를 고백하자면.

나는 멕시코가 스페인어를 말하는지 몰랐다. 멕시코 고유 언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용기 내어 고백하는 이 사실에 대해 누군가는 나의 무식을 탓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나와 같은 무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사는데 지장이 없는 것들은 대개 지식으로 세팅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뇌는 극도로 효율적인 장치이므로. 그리하여 '망각'이란 신의 선물과, 새로운 걸 무한정 찾아다니지 않는 '게으름'이 공존하는 것이다.


역시나.

부임 후, 회의 석상에서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나는 누구일까. 여긴 어디일까. 우주 속 먼지가 된 기분. 스페인어는 또 왜 이리 빠른 건지.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할까 너무나 두려웠다. 아니, 질문을 해도 나는 몰랐을 것이다. 


아니,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거지?


6개월 만에 스페인어를 마스터하다
(feat. 공부하지 않는 것)


결국, 나는 스페인어를 말하고 있다. (너무 잘 말하고 있어서, 영어를 잊어버릴 정도다...)

6개월 만이다. 한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개념을 함부로 쓰기엔 부담스럽다. 그러나 일상 생활 하는데 지장이 없고, 바이어들과 스페인어로 업무 협의를 하고, 멕시코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회의에서도 내가 할 말을 할 줄 안다면 나는 그것을 '마스터'로 규정하기로 했다. 물론 '과정형 마스터'다. 날로 성장하는. 배우면 배울수록 스페인어는 매력이 있다. 어느 음식점에서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모든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그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하나하나 풀어놓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공부하지 않는 것'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네에게 언어는 하나의 '공부'란 개념이 더 크다. 당장 토익 시험을 예로 들어보자. 단어와 문법, Skill을 통해 점수를 받는 게 최우선이다. 영어는 입에서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둔 건, 공부하지 말고 대화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업무로 인해 공부할 시간도 없다. 동사 변화와 단어를 달달 외워봤지만 정말로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외에도 노하우가 여럿 있다.

하나하나 풀어놓으려 한다. 그리고 즐겁게 나누고자 한다. 스페인어의 매력을 알리고자 한다. 그리하여, 어느 한 분이라도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를 여행할 때, 내가 나눈 어느 한 문장으로 대화하기를. 그 대화를 통해 스페인어의 매력에 빠지며, 보다 깊은 그 나라의 문화에 흠뻑 젖기를.


하나하나 차근차근.

공부하지 말고, 대화하고 이해하며.


함께 나아가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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