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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01. 2023

추억을 위한 추억

추억은 선택적 결과물이다.

저 멀리 지나간 어느 시간에, 우리는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억은 생각과 경험 그리고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복합적인 것들이 얽히고설켜 기억을 더듬게 만들고, 그것을 돌이켜 더듬어 나아가는 과정을 우리는 추억이라 부르는 것이다. 추억은 그 과정에서 여과된다. 더듬어 아픈 추억은 배제되거나, 아니면 오히려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라는 말미가 된다. 또는 좋았던 걸 더 붙들려 노력하고, 그것은 과장되거나 미화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이 그 증거이자 결과다.


내게 있어 좋지 않았던 건 '경험'이고, 좋았던 것은 '추억'이다.

추억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은 경험으로 승화하고, 좋았던 건 더 좋게 기억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기억'과 '추억'의 차이도 이야기해야겠다. '기억'은 감정이 배제된 이성의 영역이다. 그리나 이것이 감정과 엮여 그 어떤 감정이 올라온다면 그것은 '추억'이다. 고로, 마음이 요동하느냐 그러하지 않느냐에 따라 그 둘은 구분된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역학은, 기억하지 않으면 추억할 수 없다는 명제다. 기억을 해야, 그것이 감정을 요동할 수 있는지 판명이 될 것이다. 한 마디로 기억 없는 추억은 있을 수 없으며, 그렇다면 그것은 상상이나 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서 재밌는 또 하나의 명제가 도출된다.

잘 기억하면, 잘 추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좋지 않았던 것들도 '경험'으로 고착되기 전에, 좋은 것으로 기억한다면? 아니, 반대로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의미를 찾아 잘 기억하려고 했던 그 노력이 '경험'이란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추억을 추억하려 애쓴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되새기고, 떠올려 의미를 찾는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그것은 여러 겹의 필터를 투과하여 나쁜 것들이 걸러진 조금은 더 순수한 무언가를 얻는 것과 같다. 그 여과물이 내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좋았던 것이 나쁜 것이 될 수도 있고, 나빴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것이니까. 삶이 그렇다. 때론 좋고, 때론 싫다. 때론 의미가 한가득인 것 같지만, 또 인생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마음의 요동을 오가며 얻은 이러한 깨달음은, 추억을 추억하며 얻은 선물이다.


기억과 추억엔 경계가 있다.

그러나 추억을 추억하면 그 경계가 사라진다. 경계가 사라진 개념은 자유로워진다. 그 개념을 얻은 자 또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끊임없이.

추억을 추억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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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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