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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y 20. 2023

착하게 살자

바보 같이는 말고.

그동안 너무 바보처럼 살았나.

그게 아니라고, 나름 열심히 그리고 잘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여지없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바보와 다르지가 않다. 순수함과 순진함의 미덕은 환영받지 못하고, 어느 정도의 때가 아니라 무지막지 그리고 덕지덕지 묻혀야 한다는 사회의 악마스러운 요구에 나도 괴물이 되어볼까를 고민하지만 태생이 그러하지가 못하여 나는 다시 바보와 같은 삶을 선택한다.


모난 사람을 보며, 모나지 말아야지 했던 지난날.

그러나 나는 더욱더 모났어야 했다는 후회. 모난 사람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모나지 않던 내 모습은 그때가 지나서야 바보와 같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또 반복. 모나지 않은 태생에, 그 본성마저 탓해보지만 그럼에도 쓸모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하루를 푸념한다.


밑도 끝도 없이 자신감이 넘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앞세우는 사람들이 이제는 부러울 정도다.

한번 사는 삶이라면, 저리 지독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앞뒤 안재고, 나만 생각하며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제멋대로 살지 말자고 꾹 눌러온 그 압력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날아가는 새와 눈을 맞춰보려 하지만, 그래본 적 없던 것처럼 알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답도 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답이 없는 질문에 공허함을 느끼던 찰나.

공허함은 허기짐이 되어, 밥 한 술을 뜬다.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겠지만, 몸이 바라는 걸 거부하면 이러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허기짐이 채워진다고 해서 공허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둘 중 하나라도 추슬러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 바보와 같은 삶을 그렇게라도 연명한다.


착하게 살아야지.


문득, 마음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착하게 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내 착하진 않았던 것 같다. 삶에서 마주하는 내가 원하지 않는 무수히 많은 마음 불편한 것들을 접하다 보면, 그래. 착하지 않았던 적이 더 많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착하게 살자.

바보 같이는 말고.


공허함에 내뱉는 말이.

어제의 그것과 다르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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