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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07. 2023

글쓰기,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합작품

이분법이라는 최선의 방법론

세상은 분화(分化)되어 진화한다.

분화는 다시 분열(分裂)의 행태를 띄게 되는데, 분열은 비산(飛散)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누구도 그 방향성과 개체의 숫자를 가늠하지 못한다. 하여, 사람들은 그 확산에 대한 인지적 부담을 줄이고자, 그것들을 군집(群集)하여 분류한다. 분류의 방식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한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이분법'이다. 이분법은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철학 방법론이다.


이 이분법을 지금의 세계로 가져오면, 극명하게 떠오르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바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정보의 표현방법이라는 데에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신호를 사용하고, 디지털은 이산적인 신호를 사용함으로써 그 차이를 극명하게 서로를 구분한다. 아날로그는 디지털 신호보다 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정보를 형성하는 반면, 디지털 신호는 아날로그 신호보다 더 효율적이고 저장 및 전송을 용이하게 한다.


이를 글쓰기와 연계하여 보면 좀 더 흥미로운 발상이 가능하다.

필기구로 종이에 글을 쓰는 건 아날로그적 글쓰기다. 이 글을 컴퓨터로 옮기고 저장하면, 이 글은 디지털의 속성을 지닌다. 얼마든지 저장하고, 언제든지 다시 꺼내어 볼 수 있다. 종이라는 원본이 사라지고 나서도 말이다. 요즘은 종이에 쓰고 컴퓨터로 옮기는 절차는 생략되기 일쑤고, 바로 자판으로 타이핑하여 활자는 디지털화된다. 다시, 손수 자판을 두드리는 행위는 아날로그적이다. 순차적이고 연속적인 방법으로 자판을 두드려야 하니까. 그러나, 화면에 보이는 활자는 진정한 활자라기보단 '0'과 '1'의 이산적인 신호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정보 즉, 디지털인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한 유명한 작가님은 절대 컴퓨터로 글을 쓰지 않는다.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원고지에 글을 적는다. 그러나, 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건 디지털화되어 복제되고 인쇄되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 원고지를 들고 컴퓨터에 타이핑을 했을 것이며, 작가의 Originality는 종이에서 컴퓨터로 일정 부분 넘어갔을 것이기에 그 감동과 영향이 독자에 전해졌을 것이다. 넘어가지 못한 것은 직접 쓴 글자이겠지만, 넘어간 것은 그의 스토리와 사상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글쓰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구분해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그 둘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간혹, 정말 작가라면 필기구를 들고 종이에 글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아마도 그것은, 내 머리와 관념에 박힌 작가에 대한 환상이자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직접 손으로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스케치를 하듯, 무언가 쓰고 싶다는 욕구가 벅차게 올라올 때 나는 연필을 들고 종이 위에서 방황한다. 정작 아무것도 쓰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영감을 얻어 자판을 두들기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글이 완성되어 있을 때가 있기도 하다.


과연.

그렇게 글쓰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합작품이란 생각이다.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와, 디지털이라는 효율이 만나.

효율적으로 향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돌이켜보면, 이분법은 무언가를 둘러 나눠 그것을 등지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둘을 마주 보게 하여 장점과 단점을 교류하고 보완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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