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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l 12. 2023

글쓰기로 쉬는 한숨

하루가 길 때가 있다.

이럴 땐 대개 심신이 피로한 날이다. 피로한 날은 내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는 무의식적으로도 반복되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것을 의식하여 길게 몰아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한숨이라 말한다. 한숨은 꽤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걱정이 있거나 서러울 때. 한숨을 쉬면 왠지 모르게 그것들의 일부라도 그 숨에 묻어 내 몸과 기분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게 떨어져 나가지도, 많은 게 해결되지도 않지만 나는 그것으로부터 큰 위로를 얻는다.

빠져나간 숨은 다시금 채워져야 하고, 그것은 새로움이란 의미가 되어 온몸을 휘감으니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된다.


누군가의 한숨은 그를 위로하고 싶게 만든다.

그 한숨의 주체가 나라면. 그렇다면. 나는 나를 위로해야 한다.


나는 자주 내 한숨을 듣는다.

내가 쉬는 숨이니, 몸으로도 느낀다. 듣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느껴지는 한숨은 그렇게 안쓰럽다.


나보다 빠른 세상.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들.


상대적인 상실감에 빠져 정작 나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니, 제발 좀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한숨이 사이렌처럼 울리는 걸까.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크게 숨을 쉬어야 한다. 들이마시고. 내 쉬고.


나는 코와 입으로 쉬는 한숨에, 다른 한 숨을 더 얹는다.

글쓰기다.


나는 언젠가부터 글쓰기로 숨을 쉬고 있다.

숨이 턱 막혔을 때, 영혼이 소멸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내가 잡은 지푸라기는 바로 글쓰기였고, 지금은 내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숨을 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몸으로 크게 한숨 쉬고, 그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세상에. 이것보다 개운한 한숨이 없다는 걸 느낀다. 바닥 친 자존감, 상실된 자신감, 증폭되는 질투와 현생의 삶에 지친 몸과 마음엔 새로운 산소가 유입되고, 유입된 산소는 불타올라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그래, 인생 뭐 있겠어.

힘들고 지치고, 질투 나고, 하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글이나 쓰지 뭐.

글이라도 써야지 뭐.


한숨과 함께 내려놓게 되는 건, 생각보다 많다.

하염없이 물속에 가라앉을 땐, 손에 있는 것... 몸에 주렁주렁 달린 무거운 것들을 떼어 내야 한다.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자.


코와 입으로.

글쓰기로.


흩어져 있는 땅에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더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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