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질문에 대한 답변

by 스테르담

할아버지. 90세가 된 느낌은 어때요?


89세에서 한 살 더 먹은 기분이란다.


그럼 89세 때 기분은요?


88세에서 한 살 더 먹은 기분이지.


에이, 그게 뭐예요.


그렇지? 허무하지? 삶이란 그런 거란다. 그런데 말이야. 나는 그저 한 살 한 살을 얹어가고 있을 뿐인데. 나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나 자신보다 더 크게 변하는 것들이 있단다.


그게 뭐죠?


그건 사람들의 시선이란다. 사람들의 시선은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어떻게요?


이 할아버지를 쓸모없는 사람으로 본다는 거지.


정말요? 저는 할아버지를 그렇게 보지 않아요.


고맙구나. 그러나 너도 언젠간 이 할아버지를 멀리할 날이 올 거야. 느리다고, 냄새난다고, 잘 듣지 못한다고. 아마도 90세에서 한 살 더 먹은 내년엔 그리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잊지 말거라. 너 또한 노인이 된단다. 노인이 된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야. 그러나 한 편으론 어린이와 같아지는 마음으로, 세상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며 안녕이라 말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들뜨기도 하지. 이제 할아버진 죽음이나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윈 두렵지 않단다.


할아버지...


한 살, 한 살 늘어날 때 눈을 부릅뜨렴. 너 자신보다 더 빨리, 더 크게 바뀌는 것들에 대해 돌아보렴. 나이보다 빠른 건, 시대와 타인의 눈이란다. 세월보다 빠른 건, 이데올리기와 관점의 변화란다. 나와 그것들 사이의 거리가, 진정한 나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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