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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20. 2023

엔트로피 법칙과 게으름의 상관관계

만일 당신의 이론이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한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 이론은 아무리 고집해 봐야 희망이 없다.

아서 스탠리 에딩턴


더 이상 무기력하게 소비적으로 살지 않겠다며 시작한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내 게으름의 원인을 알아냈다. 

목표치는 저 위에 있는데, 그것을 해내기 위해 발가락 하나 꼼지락 하지 않는 이유와 당장 해야 할 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음에도 딴짓을 하는 이유, 그리고 자기 비하에 빠져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이유를 말이다. 


나는 그 이유를 생뚱맞게도 ‘열역학 제2법칙’에서 찾아냈다. 

분석심리학(카를 융이 창안한 이론과 심리 치료를 다루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시성(인과관계가 없이 내적으로 지각된 정신적 사건과 이에 일치하는 물리적 외적 사건이 동시에 일어 나는 현상)이라 설명할 수도 있겠다. 목표는 높은데, 아무것도 해내지 못해 자신에게 채찍질만 하던 나에게 일어난 동시성! 


열역학 제2법칙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시간이 흐를수록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이것이 역방향으로 갈 확률은 매우 낮다. 


엔트로피 entropy는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 클라우지우스가 1865년에 에너지(힘)와 에르곤(움직임) 그리고 트로페(전환)이란 말을 조합하여 만든 용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적 상태함수의 하나로서, 열역학적 계에서 일로 전환될 수 없는, 즉 유용하지 않은 에너지를 기술할 때 이용 된다. 무질서도 Degree of disorder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물이 가득 차 있는 유리컵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될까? 잉크는 서서히 퍼져 나갈 것이다. 이를 두고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조치나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즉 자연 상태 그대로 두었을 경우 이 흩어진 잉크가 처음 떨어지던 그 한 방 울로 돌아갈 일은 거의 없다. 이 엔트로피 법칙은 매우 강력하다. 영국의 물리학자인 아서 스탠리 에딩턴은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배하는 이론이 있다면 빨리 포기하라고까지 말했다. 그런 이론은 아무리 고집해 봐야 희망이 없다면서 말이다. 


엔트로피는 저 멀리 있는 과학 용어가 아니라, 우리 삶의 단면을 아주 잘 나타내주는 속성이기도 하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고. 


삶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방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될까? 결국 방은 발 디딜 곳조차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질 것이다. 이는 엔트로 피가 증가하는 방향 즉, 열역학 제2법칙을 자연스럽게 따른 결과다. 게으름 역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물의 이치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이 세계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의심을 거두고 우리가 처음 해야 할 일은 자책을 멈추는 것이다. 

게으르다고, 의지가 약하다고,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을 중단하자. 우리는 자연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인류는 오랜 시간 자연법칙을 탐구하고 그것에 대응하거나 반항하는 방법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만, 우리에게는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누워 있으면 앉고, 일어나 서고, 걷거나 뛰면 된다. 


지저분한 방을 보고 있지만 말고, 바닥에 놓인 책 한 권을 집어 책장에 꽂으면 된다. 이로써 엔트로피의 방향은 줄어드는 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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