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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22. 2023

부모는 아이의 등을 보고 자란다.

아직 멀었다.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어린 눈으로 바라볼 때, 어른들은 원래부터 다들 어른인 줄 알았다.

그러던 내가 어른이 되었는데, 재밌고도 혹독한 건 나는 나 스스로를 어른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큰 걸지도 모르겠다. 어른은 처음이라는 변명으로 갖가지 실수와 부족함을 자기 합리화했고, 원래부터 어른인 사람들의 시대는 지금보다 나았다는 투정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부모가 되었다.

이런. 부모도 처음이다. 우리 부모님은 원래부터 부모인 줄 알았는데... 어리고 철없던 나는, 그것이 당연한 권리인양 어리광을 부렸었고 어머니는 정말로 자장면이 싫다고 하신 적이 있음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런 내게도 부모란 자격이 주어질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아직 자장면이 싫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자격의 유무를 뒤로 하고, 새롭게 태어난 생명을 마주했을 때.

나는 무언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먹고사는 것과 늙어감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달상함은 사치였다. 나는 달려야 했다. 새로운 생명이 계속해서 숨 쉴 수 있도록, 그 숨을 느끼며 나라는 사람도 부모라는 자격을 가질 수 있음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도록.


어느 한 날은 휴가를 내어, 아이들의 등굣길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신호등 앞, 두 녀석들은 손을 잡고 보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뒤에서 아이들의 등을 쳐다보다 울컥했다. 그 조그마한 두 개의 등이 내게 준 감정의 고조는 무엇이었을까. 신호가 바뀌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등 뒤에서 나는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내 입엔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었으며 마음의 요동은 무겁지 아니한 묵직한 안정감과 같은 것이었다.


지켜줘야겠단 생각과, 더 사랑해야겠단 다짐.

그래,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거구나... 아이들이 내게 자격을 부여하는구나. 어쩌면 우리 부모님의 그 자격도, 나로부터가 아니었을까. 어른과 어른이 아님의 경계는 책임의 유무인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까 아이들의 등을 보고 느낀 무엇, 그것은 다름 아닌 책임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부모가 아이들의 등을 보며 어른으로 거듭난다.

이전보다 더 자라고, 이전보다 더 성장하게 된다.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그러니까 난 아직도 멀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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