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별빛을 보고 소원을 비는 이유입니다. 또는 유성처럼 지나가는 별빛이라도 본 날이면, 지금 내 삶에 당장이라도 기적이 일어날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에세이를 다큐로 만들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별빛은 행성이 발하는 빛의 극히 일부라는 것입니다. 어느 한 행성은 사방으로 빛을 뿜어 냅니다. 극히 일부의 광선이 텅 빈 우주 공간을 가로질러 지구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도달한 빛은 대기를 뚫고 우리에게 어느 작고 예쁜 하나의 별빛으로 보이게 되는 겁니다.
또 하나.
우리가 보는 별빛은 지금 그 행성이 내고 있는 빛이 아니라는 겁니다. 빛은 1초에 30만 km를 날아갑니다. 1초 동안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속도입니다. 지구에서 달을 향해 레이저를 쏘면 약 1.3초 만에 도착하게 됩니다. 우리가 보는 태양 빛은 우주 공간을 약 8분 동안 날아온 빛입니다. 우리가 보는 별과 은하는 모두 과거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본 별 어느 하나는,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별빛을 아름답게 보지만, 그것에 속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밤하늘을 볼 때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어떤 현상을 볼 때 말이죠.
타인의 삶은 참 편안해 보입니다.
나보다 잘 살고, 나보다 맛난 것을 먹고, 나보다 좋은 곳을 가고. 어느 걱정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너무나 쉽게 이루고 사는 사람들.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질투와 시기가 내 온 맘을 덮어 버립니다. 더 힘든 건, 나는 혼자고 '다른 사람'은 '복수'라는 겁니다. 일대 다(多)의 싸움은 참 쉽지 않습니다.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삶은 마치 영화의 예고편과 같습니다.
잘 정리해 놓은 컴필레이션 음반과도 같고, 재밌는 장면만 모아놓은 하이라이트인 겁니다.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그들이 겪었어야 하는 절망이나 노력 등은 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롯이 나의 몫입니다. 내 삶은 예고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루하고 지루한 롱테이크 컷. 온갖 실수와 흑역사가 가득한 삶이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다시 별빛으로 돌아가 볼까요.
별빛은 사방팔방으로 비추지만 우리는 그 일부를 보고 있으며, 나에게 도착한 별빛은 지금의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 그렇다면 타인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을 극히 일부로만 판단하고 있으며, 나에게 보이는 그 결과는 지난날 그 사람의 시간과 정성을 포함한 노력 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