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먹과 찍먹은 상대방의 식성을 배려하는 질문으로 충분합니다
"부먹이세요, 찍먹이세요?"
저는 이 질문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부먹이라고하면 찍먹파인 누군가는 미간을 찡그립니다. 찍먹이라고하면 반대로 부먹파인 누군가는 입술을 씰룩댑니다.
저는 부먹과 찍먹을 특별히 구분하지 않습니다.
부먹을 하고 싶은 날이 있고, 찍먹하고 싶은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먹을 원하는 '나'도 있고, 찍먹을 원하는 '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질문을 무서워하는 건,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가 아닙니다.
질문 안에 있는 '강요'와 '겁박'의 뉘앙스 때문입니다.
부먹이라고 말하면 '아니, 다른 사람 배려는 안 하나요?'라는 말들이 튀어나옵니다. 찍먹이라고 말하면 '그렇게 먹는 거 아니에요!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모르시는군요?'라는 반응들이 쏟아집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걸까요?
저는 이 질문부터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맞고 틀리고는 없습니다.
정답은 없는 겁니다.
있어서도 안 되는 논제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부먹과 찍먹으로 사람을 나누고 선과 악으로 세상을 구별하려 들까요?
바로, 이데올로기의 폭력성 때문입니다.
'이데올로기'는 '개인이나 사회 집단의 사상, 행동 따위를 이끄는 관념이나 신념의 체계'를 말합니다. 원뜻으로 보면 그것은 매우 좋은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된 '개념'이 '신념'이 되어 누군가에 그것을 '강요'하게 된다면 그것은 '압력'과 '폭력'이 됩니다.
내가 생각하고 믿는 것이 곧 기준이 되는, 합의되지 않은 기준.
이데올로기의 부작용이자 우리가 부먹과 찍먹을 구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부먹과 찍먹은 상대방의 식성을 배려하는 질문으로 충분합니다.
그 질문이 이데올로기가 되어 세상을, 삶을, 사람을 그리고 인생을 나누는 기준이 되지 않기를.
더불어, 지금 제 글과 생각도 기준이 되어 누군가에게 강요로 다가가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종합 정보]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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