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타인일까 자신일까

by 스테르담

삶에 있어 문득 떠오르는 질문 중 마음 불편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나에게 있어 그중 하나는 신의 존재에 대한 것이다.


신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쉬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종교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신의 존재는 당연하다고 쉬이 말할 수 있지만, 종교 그 자체가 신이 아님을 떠올릴 때 그 대답의 정도는 희석된다.


신이 있다면 왜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는가.

신이 있다면 왜 악한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가.


반대로.

신이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누가 창조했는가.

신이 없다면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눈치챘는지 모르겠다.

신의 존재를 논할 때 흔히 하는 이 질문들 속엔, 신이 아닌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녹아져 있다. 무고한 사람의 생명은 더 소중하다는, 악한 사람은 잘 살아선 안된다는 정서가 가득하다. 가치판단이 개입된 질문은, 그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 신이 있으면 착한 사람과 그러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여 돌본다는 생각 자체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 것인가를 가늠하는 것도 인간의 주관성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망각한 모순이다.


이러한 것을 볼 때, 신의 존재는 확연한 듯하다.

다만,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을 말한다. 믿음과 신념, 이데올로기와 함께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기대. 설명되지 않는 삶의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변명.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은 결국 '종교'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신이 없다는 것에 (신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굴러갈 리가 없다... 란 생각에...) 마침표를 찍으려 하면 석연치 않은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므로, 찍으려던 마침표는 결국 다시 물음표가 된다.


사람은 누가 창조했는가.

누가 숨을 불어넣었는가.

세상과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그 질서를 이어가고 있는가.


신은 기도의 대상임을 감안하면, 그는 타인이다.

그러나 신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만약 내가 신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 육체의 숨이 빠져나가, 영혼만이 남는다면 우리네 영혼은 육체의 삶을 기억하고 신이라 말하는 절대자를 기어코 만나볼 수 있게 되는 걸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하므로, 신의 존재 유무는 마침표와 물음표 사이 그 어느 중간에 있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때는 내 숨이 멎을 때에야 가능할 것이다.


한 가지 두려운 건, 잠을 자면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미루어볼 때... 죽음에 이르러 자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소멸'에 이르게 되는 것인데, 신은 커녕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면 신의 존재를 왈가왈부하는 게 그 어떤 소용이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내가 죽어도 타인은 존재하겠지만, 타인을 인식하는 내가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타인의 존재엔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신은 내 안에 있는 것인가?


아니, 그러니까...

신은 타인인 것인가, 자신인 것인가.


그저 나는 마침표 하나를 원하는 것인데, 그 하나를 찍으려다보면 수 백 수천 개의 물음표만이 더 늘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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