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루였다.
이곳 멕시코에서, 당일로 지방 출장을 다녀온다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동트기 전에 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타고, 아침이 되어 과달라하라에 도착한 뒤.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공항으로 향하여 멕시코 시티로 돌아오는 일정. 비행기를 타는 두 순간 모두, 별들이 반짝였고 나는 기내에서 수면 마취를 받은 것처럼 뻗어 있었다.
참 재밌다.
몸이 힘드니, 삶의 고통에 심드렁해진다. 마음이 힘들거나 무거울 땐, 역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건가. 큰 고민들이 한아름인데 잠깐 앉을 수 있는 공항 딱딱한 의자가, 밤늦게 멕시코 시티에 돌아왔지만 문을 닫지 않는 식당이 나에겐 너무나 감사한 것들이었다.
낮에 먹은 멕시코 현지식은 물론 훌륭했지만, 아무래도 나에겐 한식 한 숟갈이 절실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야 했다.
그럼, 김치찌개지 뭐.
뻘건 국물에 수저를 담그고, 한 술을 떠 입에 넣는다.
어라, 소화된 줄 알았던 점심에 먹은 것들이 뜨끈한 국물과 함께 내려가는 이 느낌은 뭘까.
기껏 국물 한 숟갈에, 무언가가 나를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 이 맛이지. 맞아, 이 맛이야. 금세 사라지는 밥과 국물만큼, 나는 위로받고 있었다.
밥.
김치.
국물.
고기.
따뜻함.
이보다 더 큰 위로가 또 어디 있을까.
굳이 말하자면 타향살이를 하는 내게, 이러한 조합의 음식은 김치찌개 밖에 있을 수가 없고, 그것은 나에게 커다란 따뜻함이 되어 위로로 다가온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음식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매 순간의 나는 참 다르다.
오늘이 특히 그러한 날이었고, 아마도 나는 이 맛을 위로로 삼아 다시금 힘을 낼 것이다.
오늘 이 맛은 잊기가 힘들겠네.
매번 김치찌개를 하는 말.
그러나 어쩐지 짠하네.
김치찌개를 먹을 때마다.
나는 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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