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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09. 2023

혼자 하는 여행이 필요한 이유

여행의 묘미는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에 있다.

물리적 거리로 그 간극을 늘려도 좋고, 정신적 거리로 관점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젊었을 때 여행은 내게 식도락과 관광의 영역 내였다. 먹고 마시고 방문하고 구경하는 것으로 여행의 의미는 충분히 채워지곤 했다. 당연히 혼자가 아니었다. 무릇 여행은 친구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만 하는 하나의 확고한 관념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제 혼자 하는 여행이 고프다. 세월이 흐를수록 혼자만의 시간이 줄어드는 이유다. 어릴 땐 혼자 있는 느낌이 두려웠고, 외로움이 엄습하기 전에 다른 누군가를 찾았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외로워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고백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내 주위 사람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겐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있고, 아웅다웅하는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고깝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나의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 여행이 고프다는 건.

외로움과 고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모든 사회적 가면을 잠시 내려놓고, 모든 걸 잊고 싶을 때.

가면 속 피부가 숨을 쉴 수 있도록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할 때.


여행.

외로움.

자발적 고독.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하다.

여행이라고 해봤자 굳이 어느 국경을 넘을 필요도 없고, 외로움이라 해도 누군가를 부정할 필요는 없으며, 고독이라는 말 때문에 스스로 초라해질 필요도 없다.


떠난다는 건 벗어나기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혼자만의 여행은 나에게로의 여행이다.

삶이 그렇지 않은가. 인생은 '나'와 또 다른 무수한 '나'가 만나 여생을 채워 가는 것이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여행이 있을까. 여생을 함께 채워 나가는 사이만큼 돈독한 관계가 또 있을까?


'여생'과 '여행'의 두 단어가 그리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는 지구에 발을 들인, 외롭고 고독한 여행자들이 아닌가.


홀로여야 하는 이유는, 홀로이지 않을 때의 삶을 더 잘 살기 위함이다.

홀로이지 않을 때, 그러니까 홀로여야 할 때를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고.


혼자 하는 여행이 꼭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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