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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20. 2023

인생의 포트홀(Pothole)


'포트홀(Pothole)'은 도로에 움푹 파인 구멍을 가리킨다.

아스팔트에 균열이 생기면, 물은 여지없이 스며든다. 차량이 오가며 그 틈을 더 넓히게 되고, 한번 패인 자국은 그 주변으로 빠르게 번져 나간다.


요전 날, 출장을 함께 가야 할 동료가 공항에 늦게 나타난 적이 있다.

새벽 어두운 도로를 달리다 타이어 바람이 빠져 차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원인은 포트홀. 타이어 바람이 빠진 수준이 아니라, 바퀴 휠이 아예 깨져버린 것이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포트홀은 그야말로 내 갈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인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 누구나 인생의 탄탄대로를 꿈꾸고 있지 않는가. 잘 닦인 아스팔트 포장길이라고 안심하다가도, 갑작스레 덜컹 거리는 포트홀을 만나면 삶은 그야말로 요동한다. 포트홀의 크기, 깊이 그리고 차의 속도에 따라 그 충격은 천차만별이다. 가볍게 지나가는 흔들림이 될 수도 있고, 큰 충격을 받아 사고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예상치도 못했던 포트홀에 차가 흔들려 여기저기 붙어 있던 차량 물품들이 떨어진 적이 있다.

욕이 절로 나왔다.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해, 홀로 있던 차 안에서 쩌렁하게 욕을 외친 기억이 난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포트홀을 만날 때도 그렇다.


인생에서 만나는 포트홀은 사람, 관계, 돈, 갈등, 싸움, 미움과 고통 모두를 망라한다.

아스팔트에 익숙해져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강박은, 포트홀을 만날 때 우리를 더 요동하게 만드는 편치 않은 마음이다. 늘 행복해야 하고, 늘 잘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포트홀을 만났을 때 더 큰 분노를 유발한다.


포트홀이 생기면 누군가는 그것을 재빠르게 메꿔야 한다.

도로의 포트홀은 정부나 교통공사 또는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 일이겠지만, 내 인생길에서 마주하는 포트홀은 우리네 스스로가 그것을 메꿔야 한다. 포트홀은 지나고 나야 알 수도 있지만, 전방을 잘 주시하면 미연에 알아차릴 수도 있다. 같은 길에 있는 포트홀에 두 번 빠지는 건, 그 누구의 탓이 아닌 내 탓이다. 잘 메꾸든가. 매우 조심하던가. 삶이라는 운전대를 쥐고 있다면, 그렇게 인생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 포트홀은 숙명이다.


욕을 외쳤던 그때를 돌아보면, 주의하지 않은 채 속도를 올렸던 내가 떠오른다.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조심하지 않은 나를 탓해야 한다. 마침, 그날은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날이었으니까.


포트홀에 걸려 덜컹 거리는 느낌은 그리 유쾌하지가 않다.

인생길에서 만나는 포트홀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방법은 딱히 많지가 않다. 조심히 운전을 하거나, 발생한 포트홀은 바로 메꾸거나.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발행할 수 있고, 그 문제는 각자에게 가장 크고 가장 급한 것들이다.


인생길에서 만난 포트홀은 유쾌하지 않지만, 언젠간 마주할 무엇이다.


마음의 눈을 좀 더 크게 떠야겠다.

속도에만 집착하지 말고, 겸손하게 핸들 위로 두 손을 올려야겠다.


작은 포트홀 하나로, 삶이 크게 요동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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