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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04. 2023

운전은 앞만 보며 하지 않는다.

운전할 때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 운전은 전방 경계가 대부분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고개와 눈의 움직임은 그렇게 고정되어 있지가 않다. 전방에 한해서도, 근거리와 원거리를 동시에 봐야 하고 좌우는 물론 미러를 통해 뒤까지 우리는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차는 전진만 하지 않는다. 좌회전, 우회전... 후진도 해야 하고 달리는 것만큼이나 잘 설 줄도 알아야 한다. 주차는 또 어떨까. 안전한 장소에, 모든 방향을 살피며 차를 잘 안착시켜야 한다.


나는 이것을 우리 삶, 그러니까 '인생'에 비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삶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공동의 무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오늘 걸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말. 이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기분이 들 때 우리는 무기력에 빠지기 십상이고, 무언가 모르게 뒤처지고 도태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래서 우리는 병적으로 앞으로 치고 나아가려 한다. 저 앞 깃발만 남들보다 먼저 손에 쥐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깃발을 치켜들었을 때 정작 나 자신은 온데간데없는 허무함은 대개 이런 불안에 기인한 조급함에서 온다는 걸 우리의 경험이 말해준다.


그러니까, 우리네 인생도 앞으로만 가는 게 아니니 앞만 보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을 알아차리고, 뒤에 있는 사람을 챙길 줄도 알고. 직선으로만 가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때로는 저 멀리 돌아가며 보지 못했던 것, 알지 못했던 것들도 알아차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 앞으로 감을 멈추어야 할 때, 우리는 주차를 잘해놔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히 쉴 수 있고, 또다시 달려야 할 때 이상 없이 출발할 수가 있다.


나도 모르게 앞만 보며 삶을 살고 있을 때, 나는 운전을 하며 분주한 내 시야를 살핀다.

그리하여 잊고 있던 시선과 시야의 폭을 다각도로 넓힌다. 앞만 보며 살면 자아를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좌우, 뒤를 보다 보면 타인을 살피게 되고 그러한 타인에 투영된 자아를 보게 되면서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가장 어리석은 것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였는데, '나'라는 자아를 저 뒤에 두고 왔음을 깨닫는 것이다.


운전은 앞만 보며 하지 않는다.

인생도 앞만 보며 살지 않아야 한다.


시간에 등 떠밀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이지만, 때로는 방향을 바꿀 줄도 알아야 한다. 그 방향이 반대방향이라도. 역주행은 금물이지만, 후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역주행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민폐이지만, 후진은 방향을 바꾸거나 주차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인 변환이니까.


오늘 나의 시선을 살피기로 한다.

앞만 보며 허덕이고 있는 건 아닌지. 잠시 주차가 필요한 순간에도 그저 내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자동차는 달릴 때보다, 서 있을 때가 더 많다는 걸 나는 종종 잊지 않고 떠올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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