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Oct 25. 2023

저 사람만 없으면 될 것 같다는 착각

얼쩡거리는 차를 마주한다.

그 차 때문에 나는 신호를 놓치거나, 나보다 느렸던 옆차선의 차량보다 내가 더 늦어지는 상황을 마주한다. 기분은 유쾌하지 않다. 왜 하필이면, 왜 내 앞에 우물쭈물거리는 차가 존재하는 것일까. 한시가 급한 내 마음은 운전자가 누구인지, 그 차의 사정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여유가 없다.


도로가 아닌 우리네 인생에서도 그렇다.

인생길은 도로와 비유되며, 얼쩡거리는 차는 우물쭈물하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내 앞 길을 막는 사람들, 내 갈길을 방해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이토록 내 삶을 방해하지 못해 안달일까?


운전을 하다 보면 스스로 적을 양산해 낼 때가 있다.

상대방은 나를 해코지 하기 위함이 아닌데, 나는 그것을 지상 최대의 해코지로 받아들이고 성을 낸다. 때론 보복을 해야겠단 생각까지 들고 마는데, 씩씩 거리며 운전하다 보면 위험한 건 나 자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차문을 열고 내릴 때,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내었을까... 하는 자괴감과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음을 깨닫고는 혼자 머쓱해하는 자신을 마주하기 일쑤다.


저 차만 없으면.

저 사람만 없으면.


과연, 내 삶은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걸까?


불가능하다.

도로 위엔 나 혼자만 있을 수가 없다. 그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면, 나는 혼자 남아 전설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저 차가 없고, 저 사람이 없으면 또 다른 차가 그리고 사람이 내 앞길을 가로막을 것이다.


생각을, 마음을 고쳐 먹기로 한다.

나를 괴롭히려 앞에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저 차 들과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깨달음은 적지 않은 것이라고. 각자의 가는 길에 마주한 형형색색의 차와 가지각색의 사람은 나에게 축복과도 같은 거라고. 혼자 살 수 없으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와중에 삶의 지혜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거라고.


누군가는 내가 없으면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하기도 하겠지.

그것이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될 때쯤, 그 또한 깨달음을 얻지 않을까.


서로에게 깨달음을 주었다면, 그것으로 된 거겠지.


저 사람 때문에가 아니라.

저 사람 덕분에라고 생각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운전은 앞만 보며 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