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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18. 2023

중구난방 글을 써도 되는 이유

중구난방 글 속엔 나도 모르는 진정한 내가 있다.

얼마 전, 글쓰기에 대한 글을 썼는데 어느 작가님께서 댓글을 남겼다.

스테르담 작가님 글을 보니 용기가 납니다. 중구난방의 글이지만, 계속 써 볼게요.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속에서 뜨겁게 올라왔다.

글쓰기의 진심과 본질을, 어느 한 분이라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천군만마를 얻은 듯 내 마음은 요동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너무나 행복하단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하여 내 삶은 더 풍요로워질 거란 확신도 들었다. 작가님의 댓글을 보고, 더욱더 용기를 낸 건 다름 아닌 나였던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내어 놓는 글쓰기를 지향한다. 요즘 세상에, 돈 되는 글쓰기에 관심이 더 많지, 내어 놓는 글쓰기는 별로 통하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던 터였다. 당장 돈이 되는 글쓰기를 기획해야 할까.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단, 남이 원하는 글을 써야 할까. 잠시의 고민이었지만, 깊이가 얕지는 않은 무엇이었다.


그러다 마주한, '중구난방'이라는 말.

'중구난방(衆口難防)'은 어려 사람의 입을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일일이 막아 내기 어렵게 사방에서 마구 지껄여 댐을 이른다.


갑자기, 내 안에 있는 수많은 자아가 떠올랐다.

사람은 유기체다. 살아있다는 말이다. 살아 있으면 생각을 한다. 고로 존재한다. 존재하므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명해야 한다.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다름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나다. 내 생각은 이러할 때도 있고, 저러할 때도 있고. 또 그러할 때도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의 부침은 어느 하나의 입에서 나오는 탄식이 아니다. 너도 나도 소리치고, 이렇게 살까 저렇게 죽을까를 서로 나누며 옥신각신한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듯, 우리네 삶은 흘러가고 내 자아와 존재의 흔적은 그 흐름을 따라 무쌍하게 변한다.


고로, 내 입은 하나가 아니다.

내 생각도 하나가 아니며, 그들이 하나로 통합될 수 없다는 건 내 안엔 이미 중구난방의 정도가 작지 않다는 말이다. 내어 놓는 글쓰기는 그렇게 중구난방이 되어야 한다. 중구난방의 글쓰기는 내어 놓는 글쓰기와 맥을 같이 한다. 나 자신을 하나의 자아로 규정하려 할수록, 우리는 존재의 의심을 더 키울 뿐이다. 여러 주체와 객체가 혼합되어 혼란스러운 자아를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은 스스로를 위함이며,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분노할 필요가 없다.


중구난방 내어 놓는 글쓰기는 축복이다.


그 안을 헤집으면 생각지도 못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나의 발견은, 새로운 삶으로의 약진이다.


제대로 중구난방 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

생각만으로는 그 입들의 외침을 수용할 수가 없다. 휘발하기 때문이다. 포용하지 못하는 외침들은, 자아의 혼란만 초래한다. 적어야 한다. 그 외침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쉽게 옅어지지 않도록. 중구난방으로 내어 놓는 글들은 하나의 주제가 없고, 산만해 보이지만 이것들이 쌓이면 큰 맥락을 이룬다. '나'라는 자아는, 수많은 존재를 내포하고 있지만 하나의 생명체로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 않으며 모두가 바라는 정점엔 풍요와 행복이 있다. 결국, 우리는 그것을 바라며 나아가는 가련한 존재가 아닌가.


하나의 주제가 없다는 건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산만하다는 건 정리할 무엇이 있다는 것이다.


계속 쓰시라.

계속 내어 놓으시라.

계속 중구난방 하시라.


그러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얻게 될 것이라는 걸.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듯.

글쓰기의 힘은 존재를 압도한다.


쓰지 않은 날들이 더 후회되는 그 어느 순간을 맞이하길. 글쓰기의 축복을 통해, 다양한 자아를 마주하길.


중구난방 한다 하여 글쓰기 앞에 두려움을 느끼고 쓰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

나는 오히려 그 중구난방함이 자신의 존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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