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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Sep 10. 2023

글쓰기로의 회귀(回歸)

삶의 파도에는 자비가 없다.

흔들리고, 몰아치고, 모든 걸 뒤엎어도 저에겐 상처하나 남지 않는 무자비함.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비추어 당한 자들을 비웃는듯한 평온은 얄밉기가 그지없다. 


어느 일등 항해사는 말한다.

폭풍이 치고, 배가 흔들리고. 선실 내 모든 것이 뒤죽박죽 할 때. 그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무언가를 꼭 붙잡고 이 거친 파도가 잠잠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바라는 동안 굴러 떨어져 다치지 않게, 고정된 무언가를 간절하게 놓지 말고 있어야 한다고. 처음 배를 탄 사람이든, 30여 년을 항해사로 산 사람이든. 예외는 없다. 우선 그 파도를 견뎌내고 봐야 한다.


자비가 없다는 말을 다시 떠올려 본다.

파도에겐 자비가 필요 없다. 파도는 그저 기상의 변화에 따라 좌우되는 것일 뿐. 실상, 파도는 우리를 덮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대기와 바람의 방향, 그 세기에 따라 표면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뿐. 조금만 더 내려가면, 바다의 심해에는 아무 일이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 표면에서 좌우로 흔들리며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도는 무자비하다고 삿대질하는 것이겠지.


삶의 파도가 무척이나 거대할 땐, 그래서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더불어, 파도의 이면에 있는 심해를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무얼까.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

파도 이면에 있는 심해.


나는 그것을 '글쓰기'와 '자아'라고 명명한다.


삶의 파도는 나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표면적인 휩쓸림은 본질이 아니다. 그것에 놀아나고 있는 나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 본질이다. 


글쓰기로 흔들림을 견디고.

흔들림 속에서 자아를 돌아봐야 한다. 자아라는 심해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본질을 간직하고 있다. 내가 진정 바라는 것, 내가 변화해야 하는 것, 내가 놓지 않으려 하는 것.


삶의 파도는 나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가곤 한다.

열정, 사람, 돈, 꿈, 바람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까지.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파도에 흔들려 아수라장이 된 내 마음의 방은, 기어이 파도가 다시 잠잠해지면 하나하나 차곡차곡 정리 정돈이 된다. 꼭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놓고, 손을 내밀고 허리를 굽혀 떨어진 것들을 줍고. 정리 정돈을 하면서, 다음에 닥쳐올 파도에 덜 요동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하면서.


세상을 탓하던 손가락을 내려.

살포시 내 마음을 쓰다듬는다.




거친 파도가 몰려올 때.

요동하지 않기 위해, 글쓰기라는 손잡이를 나는 꼭 붙잡아야 한다. 어지러운 자아를 달래어, 글쓰기로 회귀해야 한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몸은 집으로, 마음은 자아로. 다시 돌아간 그곳엔 깨닫지 못하고 있던, 그토록 찾아 헤매고 있던 본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미 삶의 파도는 또다시 거칠다.


지금이 바로.

글쓰기로 회귀해야 하는 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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