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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21. 2023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운전을 하다 보면 속으로 되뇌는 말이 참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 맘 같지 않다...'다. 어쩜 이리도 내 맘 같지 않을까. '내 맘 같지 않다'란 뜻은 내 뜻을 따라 주지 않는 현상이 발생할 때 혀를 끌끌 차며 하는 말이다. 도로 위 차들은 어느 사람들의 운전 결과 물이며, 그 결과물은 나의 그것과 상충된다. 다 같이 지키자고 약속한 신호를 굳이 어느 누군가는 그것을 어기고, 먼저 가겠다는 이기심은 교통 혼란을 야기한다. 앞에서 느릿느릿, 이유 없이 내 갈 길을 훼방하는 차. 방향 지시등도 없이 훅 하고 끼어드는 차. 주차선을 지키지 않아 기어이 주차 공간을 두 개나 잡아먹는 차.


'차'라는 말을 '사람'으로 바꿔볼까.

이것은 비단 운전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운전과 삶이 비슷하게 맞닿아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 삶에 있어 도움이 되는 사람보단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앞 길을 가로막고, 가뜩이나 험란한 삶의 매 순간에 방해를 일삼는 빌런들은 한가득이다. 정말 내 맘 같지가 않다. 내 맘 같다면, 삶은 좀 더 행복한 것으로 가득 찰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 또한 누군가의 경적을 들어본 적이 분명 있다.

그 차에게, 그 사람에게. 나는 방해가 되는 존재였을 테고 나 또한 그 사람의 마음과 같지 않은 무언가를 했겠지. 내 맘 같지 않다는 건, 각자의 마음이 있다는 뜻이고. 각자의 뜻은 다른 사람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으니 갈등은 발생하는 거니까. 그리 억울해할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든다.


내 맘 같지 않은 너.

네 맘 같지 않은 나.


때로, 아주 간혹.

같은 마음을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며, 이내 다른 마음을 품는 게 현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그러하지 않은가. 사랑이라는 같은 마음을 먹었다는 큰 착각은, 갈등이나 이별을 불러온다. 배우자나 자녀, 가족도 마찬가지. 내 맘 같아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걸 하루하루 깨닫고 만다.


더 중요한 깨달음은 모두가 내 맘 같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마음을 먹고 있을 뿐. 각자의 차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을 뿐. 특별히 내 앞을 가로막으려는 의도도, 나를 놀래키려 갑자기 끼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들에게 일어난 것들에 반응하는 것일 뿐. 탓하고 소리쳐봐야, 그들에게 내 목소리와 의도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저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살짝 읊조려주는 게 우리네 정신 건강에 좋다.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이 주위에 만연하다는 걸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진다.

어차피 조종할 수 없다면, 그들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며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는 게 더 남는 장사다.


오늘도 목적지에 이른 나는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용서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네 맘 같지 않은 나도, 당신에게 그렇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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