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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11. 2023

'이만하면 됐어'란 말의 진실과 거짓

There are n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음악을 소재로 한 격투기 영화인지, 격투기를 내포한 음악 영화인지가 헷갈릴 정도다.

등장인물은 많지만 이것이 사람들과의 갈등인지,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자아들의 충돌인지도 헷갈린다. 영화 'Whiplash'는 제목 그 자체로 '채찍'이란 뜻이며 누군가 휘두르는 채찍과 그것에 상처를 입는 상대의 심리 싸움을 그려낸 영화다. 상처를 이겨낸 자는 성장한다. 그러나 상처에 점령당한 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할 정도로 처참히 무너진다.


영화 '위플래쉬'의 한 장면


이러한 채찍질을 정당화하는 대사가 등장한다.

There are n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이만하면 됐어'... 란 말보다 해로운 말은 이 세상에 없다.


그리하여 스승이 제자에게 가하는 가학적인 채찍질은 정당화가 되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스스로에게 휘두르는 채찍


판단이 각자의 몫인 이유는 개개인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때로 채찍은 분명 효과를 발휘한다. 반대로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데, 그 수혜를 입었다고 해석하는 자에겐 정당성의 정도가 높을 것이고 그러하지 않은 자에게 정당성은 확보되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낸 내내, 나는 채찍을 휘두르는 것도... 그 채찍에 상처를 입는 것도 나 자신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지금에도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며, 영화는 마음속에서 분주하게 채찍을 돌리고 있는 그 상황을 시각화한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해석한다.)


내 마음속 플래처(스승)는 완벽주의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원하던 것을 쟁취하지 못한 이유는 그 완벽함의 정도에 흠이 있다는 방증이다. 완벽하지 못했으니 이룰 수 없었고, 조금은 더 완벽했더라면 성취했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후회. 후회는 채찍이 되어 사정없이 스스로를 향해 내리친다. 형벌의 정도는 정해지지 않는다. 몇 번을 내리치고, 몇 번을 맞아야 하는지는 후회가 사그라들거나 또 다른 성취를 해내느냐에 달린다.


채찍의 효과가 늘 있는 건 아니다.

때론 서야 할 때도 있고, 쉬어야 할 순간도 분명 있다. '이 정도면 됐어... 잘했어...'란 말은 채찍보다 큰 영향을 발휘하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배려. 상처는 보듬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된다.


그러나 이것이 습관이 되면 삶은 더 어수선해진다.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매너리즘이란 녀석이 삶을 장악하고, 안주하는 존재에게 무기력을 선사한다. 성장이란 기회는 사라지고 그저 그런 하루를 보내며 자신의 쓸모를 잃어 간다.


그러니까 무엇이 맞는 것일까.

채찍? 위로?


'이만하면 됐어...'란 말은 정말 해로운 말일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엔,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이 선(善)이든, 악(惡)이든 말이다. 빛이 있기에 어둠이 존재하고, 어둠이 있기에 빛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Good Job'이란 말의 쓸모를 규정하는 건 상황에 따라, 내 마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이만하면 됐어...'란 말이 나를 성장시켰다면 진실.

그러하지 않고 그저 그런 사람이 되어간다면 거짓.


'이만하면 됐어...'란 말이 나를 위로하면 진실.

그러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채찍에 채찍만을 더한다면 거짓.


굴곡은 있되 우상향 하는 삶은 '선과 악', '빛과 어둠', '진실과 거짓'이 반복되어 발생하는 우연이자 필연이다.

상반되는 것 어느 하나에 집착할 때, 삶은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 된다.


등락과 굴곡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이만하면 됐어...'란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오늘 나의 '이만하면 됐어...'란 말은.

그래서 진실일까, 거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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