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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Oct 28. 2023

불행을 잘 받아들이는 법

요 근래, 좋지 않은 일들이 줄을 지어 내게 찾아왔다.


'불행'... 그래 이거다.

지금 내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


불행이란 말을 입에 담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하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어째 불행에도 무감각해지는 모양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났다. 좋지 않은 쪽으로. 게임에서 연속으로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어 몇 배의 점수를 얻어가는 걸 '콤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행은 나에게서 아주 큰 점수를 받아갔다. 불행이 내게 준 타격은 콤보라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니까.


이게 정말 웃긴 게, 생전 처음 당해보는 일을 겪는 것도 모자라... 불행이 이미 내게 온 걸 알기라도 하듯이 평소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도 사사건건 문제가 되었다. 


니들은 날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불행은 군대처럼 한꺼번에 몰려오는 습성이 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으로. 그것 참 비겁하게도.


불행이 연속되니, 그것 또한 일상이 되더라.

반복되는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는 건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 아닐까란 생각마저 들었다. 따분한 일상이 불행으로 가득하면, 불행하다고 슬퍼할 일은 줄어들 테니까. 매일이 불행하면 불행한 게 당연한 것이 되고, 당연한 것에 우린 무감각해지고. 무감각해진 것에 우리는 두려움보단 지겨움을 더 느끼게 되니까.


그러다 불행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불행(不幸)'... 이란 말을 다시 곱씹어 보기나 할까. 다행이지 않은 것, 행복하지 않은 것. 행복하지 않아서 나는 불행한 걸까? 다행이지 않으면 불행한 걸까? 불행은 무조건 나쁜 것일까? 그렇다면 행복은 무조건 좋은 것일까?


불행이 몰려올 때, 나는 얼마나 큰 행복이 몰려오려고 이러나... 란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건 없다. 불행에 사무친다고 행복이 보장될 일은 없으며, 이러한 기대 논리라면 마냥 행복할 때 우리는 불행을 받아들일 준비를 앞서해야 한다. 


불행 앞에 나는 손사래를 친다.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렬한 발버둥이다. 그렇다고 불행이 오지 않거나, 왔다가 살짝 머물러 갈까? 아니다. 올 불행은 온다. 불행을 잘 받아들이는 방법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이다. 받아들여야 떨쳐버릴 수 있고, 또 받아들여야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대개 사람들은 행복한 순간에 중독되어, 그것에 미련을 갖거나 그걸 놓아주지 않으려 하다가 더 서글퍼진다. 그러니까, 행복도 잘 받아들이고 또 잘 보내줘야 한다.


불행이든, 행복이든.

모든 건 지나가게 마련이다. 지나가는 걸 붙잡으려는 마음이 부질없는 것이라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불행이든, 행복이든. 잘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잘 보내줘야 한다. 잘 받아들인다는 건, 잘 보내준다는 것이다.


불행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하다.

이미 일어난 일에 미련을 갖기보단, 앞으로 어떻게 더 잘 살아낼까를 고민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자포자기한 읊조림이 아니라, 이 또한 잘 보내리라...라는 괜한 고집도 생긴다.


내게 있어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없다.

행복만 받아들이고, 불행은 저버리는 체리피킹을 할 자격이 나에겐 없다. 그 자격을 구하려 애쓰던 지난날을 돌이켜볼 때, 그 모든 건 착각과 오만이었음을 나는 실토한다.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없다는 건, 기대하지 않은 많은 일 또한 받아들이겠다는 의도다. 삶의 부조리와도 멱살을 잡고 싸우지 않고, 그대로 포용하기로 한다. 


삶은 원래 이러한 것이고.

그것이 나를 대하는 여하에 따라 웃고 울던 그 시절은 이제 없음을 나는 공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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