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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1. 2023

같은 주제를 다르게 쓰는 법

글쓰기의 어려움은 '시간'과 '소재'에서 온다.

시간에 대해선 잠시 차치해 두기로 하고. 소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평범한 사람이 글을 써내기 위해선 어떻게든 소재를 발굴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소재의 발굴'을 어려워한다. 주변과 마음속에 이미 글감은 철철 넘치고 있는데, 그것을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해한다. 나의 막막함도 그 지점이었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 나는 쓰지 못할 거야...라는 부정적 확신은 넘쳐나는 자신의 글감을 찾지 못할 때 나타난다.


대개는 멀리 있거나, 있어 보이는 것이나, 특별한 것들을 쓰려는 시도에서 좌절한다.

내 이야기는 평범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착각, 아무도 내 글을 읽어 주지 않을 거라는 무용에 대한 두려움. 이것을 이겨 내는 건 자신만이 가능한 일이며, 무어라도 씀으로써 부정적 착각과 확신은 조금씩 수그러들게 된다. 써 보지도 않고 글쓰기를 포기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다. 막막함 앞에서 두려움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거두절미하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란 말을 떠올리면 된다.

내 평범함은 타인에게 특별함이며, 설령 그것이 누군가에게 읽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하나 둘 차곡차곡 내 글을 모으면 그것은 밀도를 이루어 중력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상을 특별히 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고만고만하다는 생각은 우리네 삶을 고만고만하게 한다. 평범한 걸 특별하게 보려 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특별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은 글쓰기의 시작이자 원동력이다.


또 하나.

하나의 주제를 써냈다고 해서 그 소재를 버릴 필요는 없다.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써내면 된다. 같은 주제를 다르게 쓰는 법을 터득하면, 소재를 생산해 내며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다.


첫째, 감정을 달리하여 쓴다.


사람의 감정만큼 변화무쌍한 것은 없다.

글쓰기를 할 때 우리는 이것을 활용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감정으로 인해 삶은 매우 혼란하다. 어제의 나, 아니 조금 전의 나와 지금의 나가 다르고 이로부터 오는 괴리감은 삶을 허탈하고도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글쓰기에 있어서, 이것만큼 좋은 소재는 없다. 내가 나를 알고 싶은 마음,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은 감정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고, 이걸 그냥 지나칠 게 아니라 활자로 붙들어 기록해 놓으면 '나'라는 '자아'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 내 기분은 이랬고, 감정은 저러했으며, 그렇다면 나는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여, 어떤 하나의 소재로 글을 썼다면 다음엔 그에 반응하거나 발현하는 감정에 대해 달리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글을 썼을 때의 감정과, 지금 그것을 읽는 내 감정 그리고 앞으로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내 감정이 서로 다를 테니.


둘째, 장르를 달리하여 쓴다.


같은 소재라고 하더라도 장르를 달리해보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자전거'라는 소재로 글을 썼다면. 두 발 자전거를 처음 탈 때 부모님이 자전거를 잡아 주셨던 기억과, 내가 아이들의 자전거를 잡아주며 교차하는 추억에서 오는 아련함에 대한 것은 에세이가 될 것이다. 장르를 달리 하여, 자전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자전거를 고르는 법이라던가 라이딩하기에 좋은 코스를 소개하는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소재라도 장르를 달리하여 써보면, 소재는 같더라도 주제가 달라지고 글의 스타일이나 내어 놓는 지식과 내용도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경험할 수가 있다.


셋째, 대상을 달리하여 쓴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나는 간혹 가상의 독자를 내 앞 의자에 앉힌다.

이 글을 읽을 사람. 또는 내 강연을 들어줄 사람. 이와 함께 전달할 메시지를 떠올린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들의 수준에 맞게. 하여 때로는 일반 문장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경어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둘만 바꾸어도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진다. 설명을 더 쉽게 하려니 문장은 더 간단해지기도 하고, 더 늘어나기도 한다. 그 와중에 필력은 강화된다. 쓰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읽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다 보면 글의 많은 부분이 정리되고 정화된다. 글쓰기의 시작은 내 것을 내어 놓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오면 상대를 고려하며 써야 한다. 그래야 내 긁은 '읽히는 글'이 된다.




정리하면, 감정과 장르 그리고 대상을 달리하여 쓰면 보다 풍부한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소재가 같더라도 말이다. 위 세 가지를 달리하면 주제나 글의 분위기 등이 변하게 되고, 다양하고 풍부한 필력이 구사되며 글쓰기 실력을 높여 준다.


가장 중요한 건, 다시 말하지만 글의 소재를 어디 멀리서 찾거나 너무 특별한 에피소드 형태의 것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평범한 내 일상이 어떻게 특별하게 승화될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좋다.


우리네 삶이란 하나의 소재와 같다.

그러나 그 소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야기는 화수분과 같이 끝이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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