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어김없이 통근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통근버스는 아이러니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무언가에 실려 단체로 옮겨 가는 모양새가 서글프기도 하지만, 이마만큼 편하고 좋은 교통수단도 없다는 마음이 상충한 겁니다.
'그러다 문득 이 통근 버스가 정해진 길로 가지 않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습니다. 경로를 이탈하여 통근버스가 나아갈 곳은 바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모든 걸 받아줄 존재. 마음껏 마음속의 것을 꺼내어 놓아도 되는 장소. 탁 트인 마음으로 온전히 서있을 수 있는 곳.
그렇게 '바다로 간 통근버스'란 작은 소설집이 탄생되었습니다.
또 하나.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통근'이란 글자를 되새겨보았습니다. '통근'의 '근'자가 '부지런할 근'자란 걸 그때 알았습니다. 놀라웠습니다. 꾸준하지 못하고, 게으른 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난 몇십 년 동안 월급이 끊긴 적이 없으니 저는 계속해서 통근한 것이고 더불어 계속해서 부지런했단 이야기가 됩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고단하고 허무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왠지 모를 자부심이 용솟음쳤습니다.
이렇게, 직장인의 자부심을 함께 챙기자는 마음은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란 에세이집으로 태어났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할 때, 평범하고 지겹고 당연하던 것들은 기대하지 못했던 특별함이 됩니다.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고, 특별함 속에 평범함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여행이란 특별함을 추구하는 우리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욕구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우리입니다.
여행에선 일상을 그리워하고, 일상에선 여행을 바라는 아이러니.
그렇다면 일상을 여행처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매일 걷던 길, 매일 하던 생각, 매일 먹던 밥 그리고 매일 출근하는 직장.
잠시 잠깐이라도 이방인이 되어 당연하지 않게 내 주위를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면 아마도 어느새 여행길은 시작될 것이고, 보이지 않던 게 보이게 될 겁니다.
매일 맞이하는 나조차도, 조금은 더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당연함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것.
특별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보는 것.
인생이라는 여정을 묵묵히 걸어가야 할 우리에게 필수인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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