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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an 09. 2024

같은 트럭끼리 왜 그러지

운전을 하다 눈앞에서 트럭끼리 시비가 붙었다.

한 트럭이 앞서 가는 트럭의 속도에 불만이 있었나 보다. 앞선 트럭은 두 차선을 밟고 가고 있었다. 이에, 어디로도 추월하지 못하는 뒷 트럭이 말 그대로 열받은 모양이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같은 트럭끼리 왜 그러지...'


뒷 트럭이라면, 같은 트럭으로서 앞 트럭의 크기와 회전 반경을 봤을 때 잠시 차선을 밟을 수도 있었음을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다 문득, '트럭'이라는 단어를 다른 것으로 치환하고 싶었다.


같은 사람(지구인)끼리 왜 그러지.

같은 한국사람끼리 왜 그러지.

같은 직장인끼리 왜 그러지.

같은 피해자끼리 왜 그러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끼리 왜 그러지.


아, 삶은 정말 고되다.

타인은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존재임과 동시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같은 '무엇 무엇'끼리 왜 그럴까.

특히나, 직장에서 언제나 머리 위에 떠 있는 물음표처럼 맴돌던 탄식.


'같은 월급쟁이들끼리 왜 이래?'


어느 날, 부지불식간에 깨달은 건, '같은 월급쟁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처지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같은 처지에서 오는 비교와 절박함 그리고 경쟁심리가 오히려 같은 처지의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곤 한다. 우리네 생태계가 그렇다. 같은 사람(지구인)끼리 전쟁하는 것 하며, 한국사람끼리 돕지는 못할 망정 대야 속 게와 같이 서로의 뒷다리를 끌어당기거나, 월급쟁이들끼리 치고받고, 피해자끼리 아웅다웅하며, 같은 뜻을 가졌는데 그렇지 않다며 서로 목에 핏대를 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같은'이란 말을 착각하지 말도록.

같은 처지에 있다고 해서, 서로 같은 생각과 욕구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같은 처지이기에) 내 편일 거라고 생각했던 타인의 배신, (같은 처지이지만) 네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나의 배신.


그저 서로 안전 운전하기를.

그저 서로 방어 운전하기를.


엎치락뒤치락하던 트럭을 뒤로하고, 나는 조심히 그 둘을 앞질러 내 갈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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