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Feb 07. 2024

음악과 운전의 상관관계

퇴근하는 길이었다.

멕시코시티의 교통체증은 유명하다. 아니, 악명 높다고 하는 게 맞겠다. 전국 라디오 청취율 1위 도시라는 명성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자연스레 인상이 찌푸려졌다. 까마득히 줄 서있는 차들을 보며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상상했다. 1분이라도 더 빨리 가서 쉬고 싶은데...


휴대폰에 연결된 자동차 스피커에서, 갑작스레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다.

랜덤으로 돌아가던 그 어떤 음악도 교통 체증 짜증의 크기보다 크지 않았기에,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어느 선율이 온 정신을 가다듬게 했다. 


갑자기 온 세상이 차분해 보였다.

고개를 틀어 옆을 보았다. 음악의 힘이었다. 앞만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는데, 옆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옆을 보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봤자 옆에 있는 차들과 건물들뿐이었지만 스쳐가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의 박자에 맞춰 그 풍경은 빠르지 않게 지나갔다. 차의 속도와는 다른 그 어떤 것이었다.


말 그대로, 나는 다른 시공간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짜증과 한숨은 차분함과 여유로 바뀌었다.

앞을 보니 차의 행렬만 보이는 게 아니었다. 하늘이 보였다. 어둑해지는 하늘. 낮과 밤의 경계를 구분하는 아름다운 지평선. 살짝 진 노을이 누군가의 붓으로 쓱 문지른 문양 같았다.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우리의 감정은 차와 혼연 일체가 된다.

경적은 샤우팅이 되고, 엑셀은 앞서가는 마음이 된다. 조급함이 가득해진다. 문명의 효율은 우리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듯하지만 결국 남보다 더 빨리 가지 못하면 분노와 우울이 한가득해진다.


그러다 이처럼, 막힌 게 탁 풀리는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때론 비트와 리듬에 맞추어 차의 속도를 올리기도 한다. 음악과 운전의 상관관계. 그 사이에 '감정'이라는 게 있다. 우리는 운전과 음악 사이에서 감정을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감정이 되어, 어떻게 운전하게 되는가. 감정에 휘둘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싸움과 경쟁을 하게 되는 날도 분명 있다. 그러다 도로 위에서의 모든 분노와 갈등이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짜증 나는 운전석을, 풍경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뷰로 만들어 준.

우연히 맞이한 차분하고 감성 가득한 그 노래. 처음 듣고 누가 부른지도 모른 그 음악을 알아내라 꽤나 애썼다. 지금도 그 음악을 들으며 나는 글을 쓴다.


조급했던 마음에 들어찬 그날의 노을을 나는 잊지 못한다.



P.S


운전하다 짜증 나는 순간, 이 노래 한번 들어 보시길.

그리고 좌우를 한번 둘러보시길.


You belong to me (Carla Bruni)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트럭끼리 왜 그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