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테르담 Mar 12. 2024

가보지 않은 길

<스테르담 운전 인문학>

운전은 문명의 이기다.

효율과 편리를 위해 발명된 것이다. 걷기 귀찮고, 뛰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이르고 싶었던 인류 (게으름)의 염원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

운전의 재미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경계해야 한다. 나와 같이 타인이 운전할 것이란 기대는 접어야 한다. 방어운전이 괜히 필요한 게 아니다. 모두 다 내 뜻처럼 운전하면 좋겠지만, 생각보다 비이성적이고 상식에 어긋나는 운전자가 많다. 나 또한 타인에게 있어선 그들 중 한 명일 테고. 나에게 맞기에, 남에게 맞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다. 스스로의 마음에서도 갈등이 요동하는데, 타인과의 관계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그래서일까.

도로 위, 차로 인한 갈등은 때로 기대 이상의 것을 자아낸다. 방향 지시등 없이 급하게 끼어들거나, 출구를 놓쳤다며 고속도로에서 후진을 하는 차들을 보면 식겁하고 짜증도 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꽤나 재밌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어, 나는 때로 운전하다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다.

그건 의도한 게 아니다. 내비게이션에 오류가 생기거나, 길을 헤매거나... 때론 다른 차들로 인해 출구를 놓쳤을 때. 원하지 않게 가보지 않은 길을 간 적이 있는데, 그중 20%는 돌아가야 한다는 짜증이 일었지만 나머지 80%는 새롭게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어느 하나의 기회였다.


한 번은 네덜란드 주재 중,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어 알지 못하는 마을로 접어든 적이 있었는데.

그곳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마치 지도에는 없는 신비한 마을을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후, 나는 그 마을을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방문하는 나만의 명소로 삼은 적이 있다.


지금은 멕시코에서 주재를 하고 있는데, 실수로 접어든 길이 오히려 더 빠른 지름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원래 가던 길에는 포트홀도 많아 타이어가 터진 적도 있었는데, 우연찮게 다른 차의 방해로 접어든 그 길은 더 평탄하고 부드럽기까지 했다.


가보지 않은 길엔 두려움이 가득하다.

이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안전하고 검증된 길이 주는 마음의 위안을 우리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봐야 가던 길의 소중함을 알거나, 오히려 새롭게 마주한 길이 더 나음을 알게 되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운전을 하며, 가보지 않은 길 가는 것을 연습한다.

삶의 어느 순간에 나타날 가보지 않은 길에 대비하며.


가던 길보다 좋지 않으면 경험으로.

가던 길보다 좋다면 그저 감사하다고 여기며.


그 어떤 길을 가든, 내가 가는 길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과 열심으로 함께.

그렇게 나는 삶의 운전대를 꼭 잡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종합 정보]

스테르담 저서, 강의, 프로젝트


[신간 안내] '무질서한 삶의 추세를 바꾸는, 생산자의 법칙'

[신간 안내] '퇴근하며 한 줄씩 씁니다'


[소통채널]

스테르담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과 운전의 상관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