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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6. 2016

아이슬란드 게이시르(Geysir)의 추억

폭발하듯 분출하는 물줄기에 우리 가족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 여정 -


Prologue

From 네덜란드 To 레이캬비크 (2박)

레이캬비크 To 골든 서클 (1박)

골든 서클 To 폭포 및 주상절리 투어 (1박)

폭포 및 주상절리 투어 To 트랙킹 및 요쿠살롱 빙하투어 (1박)

아이슬란드 To 네덜란드



골든 서클의 이단아 게이시르

전 날의 상처와 위로를 고스란히 추억한 우리 가족은, 아침을 먹고 새로운 날의 가족여행 채비를 했다. 오늘은 아이슬란드 '골든 서클'을 여행하는 날. 아이슬란드 주요 볼 것 중 하나인 '골든 서클'은 싱벨리어 국립공원, 게이시르 간헐천, 굴포스 폭포 3개 지점을 뜻한다. 레이캬비크로부터 골든 서클을 향하는 순서는 싱벨리어부터 굴포스 폭포까지 순차적이다. 마치 크레셴도와 같은 조합이다. 정적인 싱벨리어 국립공원, 물이 솟는 게이시르, 그리고 대장관을 연출하는 굴포스 폭포까지. 기. 승. 전을 연출하는 모양새다. 순서로 치면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먼저 이야기해야 하나, 게이시르의 인상이 무척이나 깊어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졌다. 골든 서클에서 전형적인 것을 마다하고 특출 나게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이단아와 같은 게이시르에 대한 '소소한 경의'라고나 할까.


게이시르 입구 및 주차장
입구 근처부터 뜨거운 물이 흐르고 수증기로 인한 연기가 자욱하다.
크기에 따른 게이시르는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물온도는 80~100도로 주의 안내가 되어 있다.

화산은 살아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여파는 상상보다 컸다. 온 하늘이 잿빛으로 변했고 60만 명의 사람들의 발목이 묶였었다. 유럽의 거의 모든 항공이 운행을 멈췄으니 말이다. 이처럼 아이슬란드 화산은 아직도 살아 있고, 또 언제 그 본모습을 보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온 땅에서 지열이 올라오고, 수증기가 퍼지며 온천이 만연해 있다. 이번에 만났던 '게이시르'는 간헐천의 이름이다. 즉, 화산이 살아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간헐천은 뜨거운 암석층의 영향으로 증기의 압력에 의하여 지하수가 지면 위로 솟아오르는 온천이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물을 뿜어낸다. (화산지형의 일종이다.)
간헐천은 지구 외 다른 체에도 그 존재가 확인된 바 있다. 예를 들어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에서는 얼음 물질이 지표면 위로 분출되며,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표면에도 간헐천의 존재가 확인되었다.

- 위키백과 -


게이시르의 매력

'게이샤의 추억'이 자꾸만 머리에 아른거리는 '게이시르'의 매력은 기대보다 크다. 위로 40~60m로 솟아오르는 물기둥의 규모는 탄성을 자아내지만 '웅장함'의 그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웅장하고 거대하다고 느낄 만큼의 게이시르는 그 활동을 멈췄다. 가장 큰 간헐천은 The Great Geysir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보다는 작은 것이다.


직접 볼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의 게이시르. 스트로쿠르.
게이시르의 분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조마조마 하다.
살짝 물이 빨려들어가나 싶더니 물기둥이 올라온다. 마치 바로 터지기전의 꽃봉오리 같다.
사람들의 시선과 카메라가 바빠진다. 최대 60미터까지 치솟으며 어느 쪽 사람들은 물폭탄을 맞기도 한다.


하지만 규모를 떠나 게이시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거나, 또는 빠져들어 중독되게 하는 것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때'가 그것이고, 또 불확실함의 기대감. 그리고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적인 현상이면 사람들은 더 그렇다. 어쩌면 도박도 불확실성에 대한, 그리고 사람이 어찌하지 않는 '운'이라는 자연현상에 거는 기대감의 중독 일지 모른다. 게이시르 앞에 서면 그렇다. 언제 나올지 몰라 조마조마 한 마음. 울컥 거리며 솟아오르는 물봉오리부터 최대 60m까지 치솟는 물기둥. 폭발하듯 토해내는 그 소리는 막혔던 속을 뚫리게 할 정도다. 또한 분출의 강도와 방향, 폭발의 정도가 제각각이다. 때문에 안전선 밖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물을 한껏 뒤집어쓰기도 하는데, 방향을 가리지 않아 사람들의 놀라움과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좀 더 멀리서 바라본 광경.
하늘 높이 솟아 오른다.
솟아 오르기 전 물봉오리가 인상적이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 그리고 관광 온 사람들까지. 즐겁게 서로 이야기하다 터져 나오는 물줄기와 함께 탄성과 웃음, 놀라움이 함께 터져 나온다. 그리고는 퍼지는 화사한 바이러스는 세계 곳곳에서 모여들어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의 경계를 허물고 만다. 그렇게 자연 앞에 하나가 된 지구촌 사람들은 각자의 여행을 그렇게 즐기고 있었다. 기억하여 추억을 만들고 함께 온 사람들과 또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언덕에 올라 바라 본 모습.
물기둥이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물기둥과 수증기로 그 풍채가 더 커보인다.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샌가 익숙해진 물기둥 폭탄을 여유롭게 의자에 기대어 앉아 놀라지 만은 않게, 그것을 즐기며 놀라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것 하나만, 다음 것 하나만 더'를 외치며 게이시르의 매력에 중독되었다. 그렇게 폭발하듯 분출하는 물줄기에 우리 가족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곳곳에 있는 온천 수.
아이들은 다른 놀이에 열중한다. 아이들이란.
각자 알아서 놀다가.
물기둥 나오면 한 번 힐끗. 꽤 중독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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