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사진, 음식 사진, 사람 사진, 옷 사진, 동물 사진... 등등. 순간을 남기고자 우리는 순간을 잃고 있다. 순간의 기억을 기계에 내어주고, 그들이 대신 기억하게 한다. 아니라고? 수천 장 찍은 사진 중, 다시 꺼내어 보는 사진 개수는 몇 개나 되는가. 누군가에게 자랑하려 전송하거나, SNS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면 이전의 순간들은 별 의미가 없다. 지금 당장 또 눈 앞에 놓인 찍어야 할 많은 것들이 부유하고 있으니.
확실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박서준 배우는 특별했던 날을 묻는 MC의 말에, 하루하루가 다 명장면이란 말을 했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시 말하면, 순간순간이 모두 다 명장면이기도 하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 년 이 되고, 해를 넘기며 그것들은 세월이 되니까.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을 잘 보내야, 먼 훗날의 내 모습이 건실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러니까 이 순간을 잘 보내지 못한다면,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오늘의 후회스러운 내 모습은, 내 지난 순간들의 부족함의 결과다.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아온 그대로 살아가는 이 뻔뻔함과 가여운 습성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다행히, 글을 쓰기 시작하며 나 또한 하루하루를, 매 순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지겨운 반복, 고통스러운 운명,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과 세상. 하루하루가, 순간순간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글감이 떠오르고, 글을 쓰며 다시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순간들을 찾아낸다.
글쓰기의 선물이다.
바깥으로 향하던 삿대질의 방향이 틀어지는 건 그 순간이다.
글을 쓰는 순간, 일상을 달리보고, 순간순간이 명장면이라고 해석하는 순간 '남 탓'은 '내 탓'이 된다. 남 탓만 할 땐 변하지 않던 세상과 사람들이, 내 탓을 하고나서부터는 변하기 시작한다. 나를 뺀 우주와 나 자신의 무게. 내 무게가 더 무겁다.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고로, 내가 변하면 순간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우주가 변한다.
하루하루가 명장면이다.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다.
이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순간은 지금도 그 격차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