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촉촉하게 쌓인 물티슈가 내 생활에 얼마나 깨끗한 편리함을 줄까. 하나를 꺼내어 괜스레 이곳저곳, 이것저것을 닦아 봅니다. 한 장을 버리기 아까워 이미 닦은 것들을 잊고, 바닥이라도 닦습니다. 거실 바닥 모두를 닦을 기세입니다. 한 장으로 많은 것을 닦고 버리면, 왠지 마음이 뿌듯합니다. 무언가를 아끼고 절약했다는 느낌.
그 이후는 어떨까요.
대부분의 물티슈는 3분의 1 정도가 남아 (여러 개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그마저 다 말라버려 물티슈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한 장 한 장 아껴 애물단지 쓰듯 물티슈를 썼을까요. 초심은 그럴싸했지만, 끝내는 결국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물티슈가 한 둘이 아닙니다.
이로부터 얻는 깨달음은, '아껴야 할 때 아끼지 못하고, 써야 할 때 쓰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입니다.
간혹, 저는 삶이 왜 이리 불공평한지... 또는 왜 이처럼 내 마음으로 안 될까...라는 생각에 불평불만을 합니다. 돌이켜보면 해야 할 때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때 했던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마치, 물티슈를 사용해야 할 때 사용하지 못했던 것처럼요. 아낀답시고, 더 많은 물티슈를 말라비틀어지게 한 건... 그것도 여러 개를.... 분명 누구의 탓도 아닌 나 자신의 탓인 겁니다.
이제 물티슈는 여러 개를 사 오더라도 하나만 개봉해야겠습니다.
괜히 깨끗함을 더 용이하게 하겠다고, 각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 부엌에 하나... 이렇게 하지 말고. 하나를 개봉하여 하지도 않을 절약을 하며 사용하기보단, 과감히 마지막 한 장까지 촉촉하게 써야겠습니다.
아끼는 것도 좋지만.
써야 할 때, 해야 할 때, 줘야 할 때, 보답해야 할 때, 선물해야 할 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해야 할 때. 그러하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삶에 있어 후회가 되는 지를 물티슈를 보며 절실히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