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과 함께 한 네덜란드 델프트
2년 만이야.
너희들이랑 여기 왔던 게.
시간 참 빨라.
어느덧 너희는 내 키의 반을 넘었어.
배까지 오던 첫째 너의 머리는 내 가슴을 넘어 목까지 닿으려 하고
둘째 너의 머리는 형의 뒤를 재빠르게 따라가고 있지.
너희들이 다 크면
아빠보다 커진단 말 정말이야.
지금은 잘 안 믿기겠지만.
햇살이 참 좋아
그리고 너희가 참 좋아.
밝은 햇살 아래 내 손을 먼저 잡겠다며
뒤에서 달려오며 투닥대는 너희들.
그런 너희의 웃음이 참 좋아.
햇살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유유한 인생.
보이기만 할 뿐이 아니라 정말 행복할 거야.
행복한 순간.
그 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해.
순간이니까. 영원하지 않으니까.
"푸른 심장"
푸른 도시의 푸른 심장.
때로는 가슴이 이렇게 차갑고 냉철해야 한다고 생각해.
모양새는 사랑을 유지하되, 냉철한 이성을 겸비한
그런 사람 말이야.
아빠도 잘 그러지 못해.
차가울 때 차가워야 하고, 뜨거울 때 뜨거워야 하는데
살다 보면 그게 잘 안돼.
반대로 되거나, 뒤죽박죽이거나.
한 번 올라가 볼까?
우리 한 번 저 꼭대기 올라가 보자.
2년 전에 왔을 땐 너희들 나이 제한으로 못가 본 곳.
오르기가 쉽진 않을 거야.
그래도 준비되었지?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바뀌는 거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
헉헉 거리는 너희 숨소리.
그래도 원망 하나 안 하고 꿋꿋하게 오르는 너희들이 참 대견해.
가족 여행을 다닐 때마다 항상 잘 따라줘서 고마워.
아빠는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어.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아래서 볼 때와 위에서 볼 때 그 차이를 느끼게 해 주고 싶어.
특히 여기 이곳, 네덜란드는 높은 곳이 별로 없잖아.
자 어때?
말 하기도 전에 알아서들 좋아하는구나.
올라올 때의 고생을 훌훌 털어버리는구나.
말 안 해도 많은 것을 깨달았으리라 믿어.
시원한 바람.
멋있는 풍경.
그저 느껴봐.
아무 말 안 할게.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줄래?
어느덧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가는 너희들.
그래서 참 고마워.
가족여행 가자... 란 말이면 눈빛 반짝이며 준비하는 너희들.
우린 언제까지 가족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너희가 크면 다들 각자 살아가는데 바쁠 텐데.
지금은 아니라고 귀엽게 조잘대지만,
어디 한 번 커서 봐.
사실, 아빠도 그랬거든.
그래도 이제 갖고 싶은 장난감 말고도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니 아빠가 많이 고마워.
눈으로 찍어봐, 마음으로 느껴봐
역사와 미적 감각이 느껴지는 멋있는 건물 들.
너희 눈으로 마음껏 담아 마음으로 느껴봐.
그랬으면 좋겠어.
그렇게 너희 눈에, 마음에 간직되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함께한 이 시간을 추억했으면 좋겠어.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물을 즐기는 사람들
꽃을 사랑하는 여기 사람들을 봐봐.
참 아름답지?
그리고 땅을 개척해서 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사람들.
위협이었던 물을 이제는 생활 속에 끌어들여
유유함을 즐기기까지 하는 사람들.
우리 멋있고 배울만한 무엇들은
잘 받아들이고 배우자.
시간의 흔적이 가득했던 곳
시간이란 참 그래.
너희를 크게 하고, 지금 이 순간을 추억으로 만들고.
안 가다 싶다가도 어느새 돌아보면 저 멀리 가버린.
너희들이 조금씩 조금씩 더 커버리면 어떻게 될까.
나는 좋은 부모가 될까?
너희들은 각자의 인생을 잘 살게 될까?
과거의 행복이,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지금의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아.
우리 그저 지금의 우리에게 집중하자.
행복이 순간이라면 잡을 수도 없고,
영원히 간직할 수도 없어.
영원한 행복을 바라다 우린 더 불행해질지 몰라.
있잖아.
사람들은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곤 해.
그래서 난 생각해.
"인생이 여행이라면,
우린 참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하고 있구나."
가족이란 여행을 말이야.
너희들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