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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Mar 06. 2024

글쓰기엔 특별한 지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능'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지능이 높으면 '똑똑하다'라는 관념이 보편적으로 퍼져있고, 이러한 믿음은 딱딱하게 굳어져 이데올로기로 거듭납니다. 이데올로기는 집단화된 하나의 신념입니다. 신념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때로 사회적으로 공고화된 이데올로기는 그래서 일종의 강박과 폭력이 됩니다. 모든 사람의 지능이 높아야 하고, 누구나 똑똑해야 한다는 기준은, 그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안겨주고 무시로 일관합니다.


인정합니다.

높은 지능과 똑똑함의 반열에 들기 위해, 저도 고군분투했다는 것을. 어느 등수 안에 들어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사다리에 올라설 수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사회가 만든 기준과 체계를 그저 부조리로 치부하기엔, 삶이 녹록지 않습니다. 줄 세우고 등수를 매기는 게 옳지 않다고 외칠 순 있지만,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치열하게, 이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희소한 가치를 거머쥐기 위해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글쓰기에 지능을 들이대는 것을 저는 거부합니다.

글쓰기의 본질을 호도하며, 글쓰기를 돈과 연관 짓는 어느 성공팔이들은 글쓰기에 특별한 지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자신들의 강의를 들으라고 말합니다. 아주 비싼 가격으로 말이죠. 소비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 대응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아직 (돈을 버는) 글쓰기를 할 지능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말이죠. 더 읽고, 더 써보라고 종용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첫 문장을 보고도 혹할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넣으라고 말합니다. 단계별로 따라 해 보라고 말합니다. 그러한 글쓰기엔, '자아'가 없습니다. 있을 리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을 혹하여 돈과 연관 짓고, 글쓰기로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려는 욕구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글쓰기와 제가 지향하는 글쓰기는 그 목적과 방향 그리고 본질 자체가 다릅니다.

제가 바라는 글쓰기의 본질 끝엔 '자아'가 있습니다. 나 자신과의 대화, 자기 화해, 자기 객관성을 위한 글쓰기의 본질을 추구합니다. 글쓰기에 높은 지능이나, 특별한 '사고(思考)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글쓰기를 쉽게 포기하시는 분들이 생겨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알아가는데, 특별한 지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돈을 위한 글쓰기는 그다음에 하면 됩니다. 돈을 위한 글쓰기는 선택이고, 자아를 위한 글쓰기는 필수입니다. 자신을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찌 다른 사람들을 혹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한때 우리 사회 IQ(Inteligence Quotient: 지능지수)가 최고라는 정서가 있었습니다.

이후, EQ(Emotional Quotient: 감성지수)라는 개념이 새롭게 생겨났고, 더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자체가 큰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자아를 위한 글쓰기에 필요한 역량은 IQ보다는 EQ입니다.

지능이 아니라 감성. 나 자신을 포용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여정엔 EQ가 더 절실히 필요합니다. 자아를 돌아보는 측은지심은 지능이 아닌 감성에서 발현되니까요.


그리하여 저는 '내어 놓은 글쓰기'를 종용합니다.

생각으로부터, 마음으로부터, 상처로부터, 과거로부터 그리고 내 경험으로부터. 지능으로 써 내려가는 글이 아니라, 내 안으로부터 터져 나온 것들을 활자화하는 과정.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글엔, 지능적인 기교가 필요 없습니다. 써내는 글이 단번에 문학 작품이 되고, 논리 정연한 글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면 우리는 마침내 내어 놓는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특별한 지능 없이도 말이죠.


감성으로 쓰시기 바랍니다.

글쓰기 지능이 없다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쓰기를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작가는 감성으로 쓰고 이성으로 퇴고합니다.

독자는 이성으로 읽고 감성으로 해석합니다.


시작과 끝에 '감성'이 존재합니다.

'감성'으로 연결되는 것이 결국 작가와 독자의 인연입니다.


내 글의 첫 독자는 나 자신입니다.

나와 내 첫 독자. 감성으로 연결되는지 글쓰기를 통해 그 접점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글쓰기엔 특별한 지능이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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