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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pr 01. 2024

한국이 그리울 때 먹으면 좋은 멕시코 음식들

<진짜 멕시코 이야기>

해외 생활을 오래 하면 향수(鄕愁)에 무던해진다.

주재원이란 신분이기에 그런 것 또한 있다. 어차피 정해진 임기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현지에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먹고 마시려 노력한다. 유럽과 중남미 생활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유치원생에서 중고등학생이 되었다. 세월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언가 그리울 때가 있다.

선택적 향수라 해도 좋다. 언젠가 돌아가야 할지라도. 대개는 음식이다. 이곳 멕시코 시티엔 한국 식당이 많다. 솜씨도 좋다. 어느 것들은 한국의 맛보다 나은 것도 있다. 그러다 출장을 가거나, 한국 식당이 없는 곳으로 여행을 가면 미치도록 한국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몸과 영혼에 인박인 한국 음식의 정서 또한 국경을 초월한다. 어디에 있던, 무엇을 하던, 그 어떠한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서라도 발동하는 집단 무의식.


다행히 멕시코 또한 매운맛에 진심인 민족이다.

게다가 다양한 국물 요리가 있다. 매운맛과 국물이라... 간혹 한국음식이 없어도 낯선 곳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다.


멕시코에 살며, 한국이 그리울 때 먹으면 좋은 멕시코 음식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혹시라도, 멕시코에서 한국 음식 부족 쇼크가 와서 급히 수혈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한국이 그리울 때 먹으면 좋은
멕시코 음식들


국물 시리즈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멕시코엔 다양한 국물 요리가 있는데, 이게 꽤 위로가 된다. 


1. Pozole (뽀솔레)


뽀솔레는 옥수수, 고기와 향신료로 만든 멕시코 전통 수프다.

멕시코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봐야 하는 요리다. 양상추, 양파, 라디치오, 아보카도, 살사 라임과 곁들여 먹는다. 식당에서는 대개 Pollo(닭고기) 또는 Cerdo(돼지고기)가 주인데, 돼지고기 중에서도 Cabeza(머리고기)를 주문하면 우리네 순댓국과 비슷한 맛을 즐길 있다. 여기에 고춧가루까지 넣어서 먹는다면, 타지에서 아주 큰 위로가 된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멕시코 친구들은 자기 할머니, 어머니의 뽀솔레가 최고라고 말한다.

그래서, '너는 뽀솔레 할 줄 알아?'라고 말하면 대개는 아니라고 말한다. 뭐, 우리네 김치랑 비슷한 거 아닐까.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 김치는 최고지만, 우리 세대는 김치 담글 일이 없으니.


* 뽀솔레를 맛볼 수 있는 곳

Casa de Toño (까사 데 또뇨): 우리나라 김밥 천국과 같은 멕시코 전통 국민 식당이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음식 종류도 많은 데다, 음식 구분 및 분류가 잘 되어 있어 멕시코 음식 공부하기 딱 좋다.



2. Pancita (빤시따)


빤시따는 소 내장을 넣고 만든 국물 요리다.

우리네 내장탕과 비슷한 음식이다. 'Pancita'는 스페인어로 '작은 배'란 뜻이다. 주 재료는 소의 내장, 위이며 양파, 마늘, 토마토, 고추, 라임, 오레가노, 쿠민, 소금과 후추가 들어간다. 


맛은 칼칼하고 매콤하다.

내장은 잡내 없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국물에 라임을 넣으면 맛이 상큼하고, 잡내를 한번 더 잡아준다. 식당에 놓인 고수과 식물을 함께 따먹으면 좋다. 


* 빤시따를 맛볼 수 있는 곳

Pancita Chabelita (빤시따 차벨리따): 백종원 씨가 다녀가 유명해진 식당이다. 메르세드 전통 시장 구석에 위치하여, 아직도 한국 사람이 가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란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다. 우리로 치면, 지역민들만 아는 노포 식당에 온 외국인을 바라보는 눈빛..?

La Pancita de la Roma (라 빤시따 데 라 로마): 멕시코 시티 중앙에 위치한 식당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만 영업하여 줄이 매우 길다. 한 마디로 맛집이란 이야기다.



3. Caldo de Gallina (깔도 데 가이나) & Consomé de Pollo (꼰소메 데 뽀요)


'Caldo'는 우리말로 '국물'이다.

'Gallina'는 암탉을 말한다. 그냥 '스튜'나 '수프'로 퉁치지 않고, 별도의 언어가 있다는 반가운 일이다. 멕시코 사람들도 국물을 위장과 영혼으로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따뜻한 위로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니까. 그래서 나는 멕시코가 좋다. 


굳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네 닭국과 같다. 다리살, 가슴살 등 부위를 정할 수도 있다. 국물 안엔 약간의 밥이 들어있다. 김치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갓 구워낸 또르띠야와 붉은색 살사 그리고 국물에 뿌려진 라임이 색다른 만족을 준다.


'깔도 데 가이나'까지는 아니더라도, 멕시코 대부분의 식당엔 '꼰소메 데 뽀요'가 있다.

'꼰소메'는 맑고 진한 국물을 의미하는데, 수프 또는 우리네 죽 같은 음식이라 생각하면 좋다. 대개 본식을 먹기 전 애피타이저 메뉴에 위치해 있다. 따뜻한 닭 국물에 닭고기와 밥 그리고 채소가 들어있어 날씨가 쌀쌀하거나, 날씨는 좋아도 마음이 추울 때 먹으면 좋다.


* 깔도 데 가이나를 맛볼 수 있는 곳

Pancita Chabelita (빤시따 차벨리따): 앞서 말한 식당이다. 빤시따와 함께 판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짜장이냐 짬뽕이냐 급의 고민을 하게 하는데. 결국, 둘 다 먹게 된다.


4. Caldo de Mariscos (깔도 데 마리스코스)


'Caldo'는 국물.

'Mariscos'는 해산물이다. 멕시코는 바다로 둘러 쌓인 곳이라, 내륙에서도 싱싱한 해산물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이건 축복이다. 생선, 새우, 문어가 주 재료다.


'깔도 데 마리스코스'는 한 마디로 '해물탕'이다.

맛은 짭조름하니 우리네 동태탕과 닮았다. 지역에 따라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국물 맛은 거의 같다. Puebla에서 먹은 깔도 데 마리스코스 안엔 밥도 들어 있어 더 반가웠다. 뽀솔레나 빤시따의 아쉬운 점은 국물이 그렇게 뜨겁지 않다는 것인데, 깔도 데 마리스코스는 멕시코 뚝배기에 담겨 나와 시간이 지나도 뜨끈하다.


생굴 또는 코코넛 새우튀김을 먹고 국물 한 번 떠먹으면, 이것이 천상의 맛이란 생각이 들고 만다.


* 깔도 데 마리스코스를 맛볼 수 있는 곳

Mariscos Roque (마리스꼬스 로께): 앞서 말한 식당이다. 빤시따와 함께 판다. 메뉴판을 보는 순간, 짜장이냐 짬뽕이냐 급의 고민을 하게 하는데. 결국, 둘 다 먹게 된다.


5. Chilaquiles (칠라낄레스)


아무것도 모르고 멕시코에 부임했을 때.

3주간 사무실과 호텔만 오간 적이 있다. 한국 음식은 기대도 못한 상황. 나는 본능적으로 최대한 붉은색을 찾기 시작했다. 고춧가루 맛은 아니더라도, 붉은색이 주는 위안은 상당히 크다. 그렇게 처음 마주한 게 칠라낄레스였다.


칠라낄레스는 또르띠야 칩(우리가 말하는 '나초')을 토마토소스에 볶아 만든 요리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떡볶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떡을 넣고, 멕시코 사람들은 또르띠야를 넣고. 'Chilaquiles'란 말은 나우아틀어 'Chilli(고추)'와 'aquilli(먹다)'에서 유래했다. 칠라낄레스는 기본적으로 '부먹'요리다. 그러나 소스에 담기지 않은 또르띠야의 식감은 바삭하다. 


칠라낄레스는 대부분의 멕시코 식당에 있으니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달걀 요리와 함께 칠라낄레스를 아침식사로 많이 먹는다.


6. Taco de Barriga/ Tripa (따꼬 데 바리가/ 뜨리빠)


나는 한국인으로서 김치와 밥, 그리고 국물에만 미련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러다 장기간 중동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알았다. 한국인은 돼지고기 금단 현상이 있다는 것을. 특히, 삼겹살과 곱창. 알다시피 중동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소고기와 닭고기를 물릴 때까지 먹다가, 돼지고기를 간절하게 찾는 나를 발견했다.


멕시코엔 '삼겹살(Barriga)', '곱창(Tripa)' 따꼬가 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와 풍미를 느끼고 싶을 때, 이 둘을 먹으면 돼지고기 금단 현상은 사라진다. 아니, 삼겹살을 이렇게 잘 굽는 민족이 한국 말고 또 있다고? 겉바속촉의 진수다. 곱창은 'Cocina bien(꼬시나 비엔)' 바짝 익혀 달라고 하면 바삭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좌) 삼겹살 따꼬 (우) 곱창 따꼬


* 삼겹살, 곱창 따꼬를 맛볼 수 있는 곳

El Villano(엘 비야노): 말 그대로 인생 따꼬집. 'El Villano'는 '악당들'이란 뜻이다. 맛으로 지갑의 돈을 갈취해 가는 멋진 악당들.




나는 멕시코 음식이 좋다.

왠지 모를 정서상의 동질감을 느껴서다. '밥'과 '또르띠야'라는 탄수화물의 공통점. 진심을 다해 구워내는 고기. 몸은 물론 마음의 허기도 달래주는 따듯한 국물. 고추와 붉은색 소스로 자아내는 맵고도 칼칼한 맛. 


한국 음식이 아니라도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맛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멕시코 음식을 온 미각으로 만끽해야겠다.


'Gracias a Dios'

'신에게 감사함을'


멕시코 사람들이 음식을 잘 먹고 나서 하는 말의 의미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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