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진짜 멕시코 이야기>
괜스레 궁금해졌다.
이미 결혼한 내가 스페인어로 누군가에게 사랑 고백할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면 '사랑'에 대한 표현은 배우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써먹을 덴 없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로 '사랑해'란 표현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멕시코 친구에게 직접 물어봤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표현과 그 뉘앙스. 단계별 강도(?)는 어떠한지.
그렇다면, '난 네가 좋아.'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
'사랑'은 '좋아'로 시작하는 것이니까. 하여, 번역기를 돌려보면 알겠지만 표현의 정서를 함께 묻기 위해 멕시코 동료를 붙들고 물었다.
스페인어는 참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무언가 좋아한다라는 걸 표현할 때 '나는 그것이 좋다'가 아니라, '그것이 나를 좋게 한다'라고 표현한다. 감이 잘 안 올 수 있는데, 아래 예를 보면 이해가 좀 더 잘 될 것이다.
Me gusta café
'Gustar'란 동사는 영어의 'Like'와 같다. 흥미로운 건, 문장에 있는 'Gusta'란 동사 변형은 3인칭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영어로 말하면 'I like coffee'란 뜻으로 1인칭 관점이지만, 위 문장은 굳이 말하면 '커피가 나를(나로 하여금) 좋게 해 준다'란 뉘앙스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한다기보단 커피가 내 기분을 좋게 한다... 란 뜻이다.
'I like you'란 표현은 더 흥미롭다.
Me gustas (I like you)
좋아한다는 감정을 말하는데, 약간의 논리가 필요하다. 이 표현을 외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Gustas'란 동사는 2인칭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네가 나를(나로 하여금) 좋게 해 준다'란 말이다.
여기서 응용문제. 그렇다면, '너 나 좋아해?'란 말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Te gusto? (Do you like me?)
그렇다. '내가 너를 좋게 하니?'란 뜻이다. 아, 좋아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데 논리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래 가사에도 있을 정도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래와 같다.
Te quiero (I love you)
'Querer'란 동사는 영어의 'Want'와 같다. '원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조금은 '사랑한다'라는 뜻보다는 약해 보인다. '너를 원해...'란 말인데, 멕시코 친구들은 이것을 '사랑해'란 뜻으로 쓴다고 한다. 스페인 영화를 볼 때에도, 절절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이 서로를 향해 '떼 끼에로'란 말을 하는 것을 많이 봤다. 그러고 보면, 이 표현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진지한 뜻임에 틀림없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 표현은 이것이다.
Te amo
멕시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이건 사랑 이상의 것을 표현한다고 한다.
남녀 간이라면, 데이트나 동거가 아닌 결혼과 함께 그 이상의 것을 다 줄 수 있을 정도의 사이에서 오가는 말이며 동시에 정말로 끈끈한 가족 간에 쓰는 표현이다. 참고로, 멕시코의 가족 사랑은 상상 이상이다. 순하고 착한 멕시코 사람들이 복수의 칼날을 갈며, 잔인하게 누군가를 헤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누군가의 가족을 건드렸을 때다. 이는 영화 소재로도 많이 쓰인다. 최고의 복수를 하기 위해 누군가의 가족을 건드리고, 가족을 건드린 대가로 또 다른 복수의 서사가 이어지고... 어찌 되었건 그만큼 'Amor'란 표현은 생각보다 거대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누군가에 대한 호감이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은 또 있다.
Estoy enamorado de ti
'Enamorado'란 뜻은 '사랑에 빠지다, 홀딱 반하다'란 뜻이다. 직역하면, '난 너에게 완전히 반했어'란 표현이다. 개인적으론 'Me gustas', 'Te quiero'보다 조금은 더 로맨틱하고 효과적인 표현이 아닐까 싶다.
'보고 싶다'란 표현도 있다.
Te extraño (I miss you)
재밌는 건, 'extraño'란 뜻은 영어의 'Strange'란 말인데, 직역하면 '나는 너를 낯설어해'가 된다. 결국, 보고 싶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표현도 있다.
Te adoro
영어로 말하면, 'I adore you'란 말인데, 나는 너를 숭배한다... 경외한다란 뜻이다.
사랑에 관련된 스페인어를 이야기하다 보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스페인어로 주고받는 사랑의 표현은 생각만 해도 달콤하다. 그 달콤함을 스페인어로 전할 상대는 없지만, 아내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쳐준다는 핑계 삼아 한번이라도 마음을 표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