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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Jun 30. 2024

꼬박꼬박 한 건 월급이 아니다.

<스테르담 중년과 에세이>

이런 시국에 회사에 있으니 좋지?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잖아.


그러게.

순간 회사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 아닌가. 어느 것 하나 덜어낼 말이 없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시간이 꽤 흐른 친구의 말에 나는 어느 울타리 안에 있는 포근함을 느꼈다.

평소엔 그 울타리가 나를 옥죄어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회사에 감사한 마음이 든 것도 오랜만이다.

그건, 신입사원이 되었던 그때가 아니었을까. 사실, 회사와 나는 계약 관계이므로 어느 한쪽만 감사해야 할 사이는 아니다. 서로 감사해하거나, 서로 매몰차거나.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이다.


그러나 역시, 조직과 개인 중 약자는 개인이다.

약자는 강자 앞에 작아지는 법.


그래. 그저 감사해야 함이 옳다고 나는, 마음의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다.


월급은 항상 우리 기대보다 작지만, 분명 힘이 있다.

우리가 많이 투덜대는 그 이상으로 월급에 기대는 이유다.


그 힘은 꼬박꼬박 함으로부터 온다.

정해진 대로 어김없이, 그대로 계속되는 무엇.


문득, 꼬박꼬박 함의 주체를 떠올린다.

'정해진 대로 어김없이, 그대로 계속되는 무엇'이라. 어디서 많이 보던. 내가 하는. 우리가 하는.


그렇다, 우리는 출근과 퇴근을.

그렇게 정해진 대로 어김없이, 그대로 계속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월급날이 되면 회사가 월급을 준다지만, 내가 없으면 월급도 없다.

내가 꼬박꼬박 하지 않으면 월급을 받을 일도 없는 것이다.


고로, 꼬박꼬박 한 것은 월급이 아니라 우리다.


우리는 그렇게, 어느 울타리 안에서 우리 자신의 대단함을 잊고 살아온 것이다.

나의 대단함을 월급의 그것으로 착각하고 살았다니.

나의 꼬박꼬박 함에 지금 당장, 심심한 사과를 표하는 것이 좋겠다.


꼬박꼬박 하느라 수고한 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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